▶ 건강한 삶
▶ 이 우 경 <자생한방병원 LA분원 대표원장>
이 글을 읽는 부모들의 어린 시절에는 밤에 그다지 할 것이 없었다. 해가 지기 전에 집에 가서 밥 먹고 학교 숙제하고 책보다가 자는 일이 하루 일과였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은 어떤가. 수십개의 채널이 나오는 TV, 밤을 새기 일쑤인 자극적인 PC게임, 차에서도 화장실에서도 할 수 있는 스마트폰 게임 등등이 너무 많아서 오히려 일찍 자는 아이들이 신기할 정도이다. 한순간도 아이들이 심심할 틈을 주지 않는다.
사람의 코는 피부와 상당히 유사한 성격을 가지는데 그래서 밤에 잠을 잘 자야 낮에 좋은 코 점막을 유지할 수 있다. 실제로 밤을 새거나 아주 늦게 자는 경우에는 어른이라도 그 다음날 코가 잘 막히거나 코감기에 걸리기가 매우 쉽다. 피부와 코 점막은 한의학적으로는 ‘양’이 아니라 ‘음’에 속하는데 그만큼 낮이 아닌 밤의 음기를 잘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밤에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면 코 점막에 음기가 충분하지 않고 점막의 섬모운동과 재생이 잘 되지 않아 염증이 수시로 발생하는데 이것이 바로 그 흔한 ‘비염’이라는 것이다.
그동안 비염환자를 본 경험에 비추어 보면 낮에 쉬고 밤에 일하는 직업인 경찰, 간호사, 군인 등의 경우는 간단한 코감기나 비염도 잘 낫지 않는 경우가 많다. 밤늦게까지 공부를 해야 하고 수면시간도 적은 수험생의 경우는 더더욱 그 예후가 좋지 않다. 밤에 일하고 공부하는 환자의 경우는 치료를 하더라도 그 치료기간이 오래 걸리고 결국 나중에 그 일을 중단하거나 쉬어야 증상의 개선이 뚜렷한 경우가 많다.
한편 여러 연구를 통해서 알려진 사실 중에 특이한 것은 밤에 잠을 잘 때 성장호르몬도 함께 분비된다는 것이다. 특히 성장기에 있는 아이들의 경우는 밤 11시부터 새벽 2시 사이에 성장호르몬이 가장 잘 분비되는데 이때 잠을 잘 자고 있어야만 정상적인 성장이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다.
결국 비염이라는 것은 몸이 건강해져야 근본적인 치료가 되는 것이다. 코가 막힌다고 코를 뚫어주는 약을 쓰고 콧물이 나온다고 콧물을 말리는 약을 쓰면 절대 근본치료를 할 수가 없다. 화분에 잎이 마를 때는 잎에다가 물을 주는 것이 아니라 뿌리에 비료와 물을 주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비염이 있을 때는 면역력이 떨어진 원인을 찾아서 그게 맞는 치료를 하고 동시에 생활습관을 바꾸는 것이 필수이다.
실제로 사람의 눈, 코, 입, 귀는 그 자체의 기질적인 변화로 병이 발생하는 경우는 상당히 적다는 것이 최근의 연구 결과이다. 바이러스나 세균 감염의 경우에도 아주 특이한 것이 아니라면 그 사람의 기초적인 면역능력이 충분한 경우에는 일반적으로는 발병하지 않아야 정상이다. 환자가 과로를 했거나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상황이 지속되어 있을 때 사소한 바이러스나 세균에 의해서도 염증이 발생하고 이것이 결막염, 비염, 구내염, 중이염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비염의 경우에도 그 콧물, 코막힘에만 국한하여 그 증상 개선을 위한 약물만 사용할 것이 아니라 체질적인 문제나 식생활 문제, 운동 및 수면 패턴도 자세히 검토하여 그에 맞는 적절한 치료법을 찾아야 할것이다.
한의학에서는 위에서 언급한 피로나 수면 부족으로 인한 ‘음허’로 인한 비염의 경우에는 음을 보충하는 ‘보음’하는 한약 처방을 사용하면 의외로 쉽게 증상이 개선되고 오랫동안 좋은 상태를 유지하는 것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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