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공동창업자인 에두아르도 세브린이 거액의 세금을 피하기 위해 미국 시민권을 포기했다는 보도가 나온 후 부자들의 이민추세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연방재부부에 따르면 지난 해 시민권을 포기한 미국인은 1,781명으로 지난 2008년의 231명에 비해 7배가량 급증했다.
이런 부자들의 탈 미국 추세에 대해 보수진영에서는 부자들에 대한 증세 움직임과 미국의 세금제도가 지니고 있는 불합리성을 원인으로 들고 있다. 실제로 부자들의 국적 포기는 세금과 관련된 경우가 많다.
최근 영국은 부자 세율을 낮추는 조치를 취했는데 이는 세금을 피해 외국에 거주하는 영국인들을 다시 불러들이기 위한 조치였다. 또 프랑스에 들어선 좌파 올랑드 정권이 부자세율을 최고 75%로까지 올리려 하자 일부 부유층들이 프랑스를 떠나려 하고 있는 것 역시 세금과 무관치 않다.
미국은 해외에 거주하는 미국인들에게까지 자국의 세금을 부과한다.(9만3,000달러까지 면제조항이 있기는 하다.) 거주국 세금만 내면 되는 다른 선진국들과는 다르다. 이 때문에 해외에 거주하는 미국인들, 특히 부자들은 불만이 많다. 그래서 세금부담을 줄이려 미국 국적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나오는 것이다.
주로 부자들을 대변하는 신문인 월스트릿 저널은 이런 세금제도를 강력히 비판한다. 한 칼럼니스트는 미국의 세금제도가 해외 거주 미국인들을 ‘경제적 나병환자’로 만들고 있다고 경고한다. 또 일부 부자들의 미국 탈출을 ‘석탄광산의 위험을 알려주는 카나리아 새’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편다.
그러나 국적 포기 미국인들이 꼭 세금을 피하고 경제적인 이익을 보기 위해 국적을 내던지는 것은 아니다. 연방관보에 나타난 국적 포기자 추세를 보면 포기자가 가장 많았던 해는 바로 관보게재가 시작된 1997년이었다.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해였는데 중국정부가 이중국적을 허용하지 않음에 따라 미국 시민권을 포기한 중국인들이 많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적포기 문제를 조사해 온 경제학자 댄 미첼은 “국적포기 사례들 가운데 대부분은 세금과 무관하다”며 “배우자의 국적을 따라 미국 시민권을 포기하거나 미국에서 태어나 이중국적을 갖게 된 외국인들이 나중에 미국 시민권을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한다. 그러니 국적 포기자 증가를 부유세를 피하기 위한 부자들의 엑소더스로 성급히 해석하지는 말라는 것이다.
지난 몇 년 간 나온 세금과 인구이동에 관한 여러 조사들을 취합해 보면 증세는 인구이동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1996년부터 2010년 사이 억만장자들의 국제적 이주 동향을 분석한 시카고 대학의 티노 사난다지 교수 연구에 의하면 87%의 부자들은 계속 자기나라에 살았으며 이주한 13% 부자 가운데도 3분의1만이 세금을 이유로 들었다.
인간이 거주지를 선택하는 데는 수많은 이유들이 있다. 날씨와 환경, 그리고 친구, 음식, 익숙함 등 셀 수 없을 정도다. 세금이 조금 낮다고 그곳으로 옮겨가는 일은 별로 없다. 캘리포니아와 뉴욕의 세금이 높음에도 여전히 복작대는 이유다. 부자 증세를 하면 많은 부자들이 미국을 버리고 떠날 것이라는 주장은 그래서 별로 설득력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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