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것이 마침내 온 것인가’-. 동성결혼을 허용해야 한다. 미국의 대통령이 한 발언이다. 그로 끝난 게 아니다. 결혼을 한 남자와 여자의 결합으로 규정한 연방정부의 결혼 수호법을 부정하면서 동성결혼을 민권차원에서 해석해야 한다는 주장을 편 것이다.
그 오바마 발언이 나온 지 한 주. 여전히 일파만파 파장을 몰아오고 있는 가운데 스친 생각이다. ‘올 것이 마침내 온 것인가’ 하는….
‘앤드류 쿠오모, 2016년 유력대권주자로 부상’- 2011년 6월25일자 워싱턴포스트지 기사 제목이다. 무엇 때문에 차차기 민주당 대통령후보로 그토록 유력시된다는 것일까.
뉴욕 주가 동성결혼을 허용하는 법안을 제정했다. 미국 내에서 여섯 번째로 동성애자들의 결혼을 허용한 주가 된 것이다. 그 1등 공신이 쿠오모였다. 공화당 다수인 상원의 지지를 끌어냈다. 그런 정치력을 발휘한 끝에 동성 간 결혼을 허용하는 법안을 가결시킨 것이다.
그 법안 서명 날에 맞추어 워싱턴포스트지는 쿠오모를 대권형 인물로 부각시킨 것이다. 이후 하나의 새로운 흐름이 형성됐다.
모름지기 진보를 대변하는 정치지도자다. 그리고 전국구 정치인의 야망을 품고 있다. 그러면 동성애자 간의 결혼을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나서야 한다. 이 흐름을 타고 유력 민주당 지도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동성 결혼을 지지하고 나선 것이다.
그 흐름이 이제는 압력으로 변했다. 동성결혼 합법화를 민주당의 선거공약으로 채택해야 한다는 압력이다. 그리고 마침내 나온 것이 오바마 발언이다. 동성 결혼에 대한 그의 생각은 진화해 결혼을 허용해야한다는 쪽으로 생각이 바뀌었다고 공개적으로 천명하기에 이른 것이다.
4년 전만 해도 터부시됐던 게 대통령의 동성애지지 발언이다. 어떻게 그런데 그게 가능하게 된 것일까.
‘당신은 동성 간 결혼을 지지 하는가’- 이 문제만큼 여론의 변화가 빠른 경우는 보기 힘들다. 2004년 퓨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60%는 동성결혼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러던 것이 지난 달 여론조사에서는 반대가 43%로 줄었다. 동성결혼을 허용해도 좋다는 쪽으로 여론의 흐름이 급변하고 있는 것이다.
젊을수록 동성결혼에 대해 관대한 편이다. 민주당원은 절대다수가, 그리고 무당파 유권자의 과반수가 동성결혼을 지지하고 있다. 이 같은 여론의 반전이 그 한 배경이다. 말하자면 젊은 층, 또 무당파 유권 층의 표심을 노린 계산된 도박이라는 것이다.
또 한 가지가 있다. 돈 문제다. 월스트릿이 등을 돌렸다. 재계로부터 돈이 들어오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오바마 진영이 바라보게 된 곳이 자금력이 풍부한 ‘LGBT’(레스비언?게이?양성애자?성전환자) 커뮤니티이고 동맹관계에 있는 할리웃이다.
동성 결혼지지 발언 다음날 오바마는 LA에 있는 할리웃 스타 조지 클루니의 자택에서 기금 모금행사를 가졌다. 할리웃의 큰 손들이 이날 모아 준 돈은 1,500여만 달러로 워싱턴포스트지에 따르면 이 액수는 미 정치권의 후원행사 중 역대 최대이다.
왜 동성 결혼에 대한 미국인들의 생각이 급격히 바뀌고 있을까. 여기서도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이 발견된다. 할리웃과 결코 무관치 않다는 사실이다.
동성애자가 스마트한 인물로 묘사된다. 동성애는 이성간의 사랑보다도 더 숭고한 사랑이 될 수도 있다고 그려진다. 그런 영화와 TV 드라마 홍수 사태를 맞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 자란 젊은이들이 동성결혼을 자연스러운 한 가지 라이프스타일로 받아들이면서 여론도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서 새삼 발견되는 것이 있다. 문화전쟁, 가치관 전쟁이다.
어떤 형태든 소수계의 권익은 보장되어야 한다. 과거 여성의 권익이 그랬고 소수계의 인권이 그랬던 것 같이 성적 소수의 권익이 침해되고 있다. 그런 면에서 동성결혼 문제는 민권운동의 연장이다. 한 쪽의 입장이다.
소수에 대한 동정과 관용, 그리고 민권을 표방하고 있다. 그러나 그 뒤로 보이는 것은 데카당에, 허무의 얼굴이다. 생명의 잉태가 없는 결합을 주창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다른 한 쪽의 입장은 이렇다. 사회적으로 소외돼 왔다는 점에서 그 아픔은 절절히 다가온다. 그러나 생명 잉태는 소수 인권 보호 이전의 문제다. 그 보다 우선하는 가치관은 없다. 건강한 성윤리에 기초해 성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생명을 잉태하는 결합을 보호, 보전하는 것은 인류의 보편적 가치이다.
그 두 세력 간의 거대한 전쟁이 그 숨겨진 본 모습이 아닐까 하는 것이다.
4년 전 워싱턴포스트의 찰스 크라우트해머는 그 전쟁을 이렇게 묘사했다. “거대한 문화전쟁이 시작됐다. 아메리카의 유럽화를 제창하는 세력과 아메리카의 정체성을 유지하려는 세력 간의 전쟁이다. 전황은 아무래도 유럽 쪽으로 기울고 있는 것 같다.”
4년이 지난 오늘 전황은 더 기운 것 같다. 그 아메리카의 모습이 어쩐지 더 처량히 느껴진다.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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