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선 김연아 선수에 이어 리듬체조 선수 손연재가 ‘국민 여동생’으로 인기를 끈다고 한다. 굳이 손연재 선수가 아니라 해도, 체조나 무용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참으로 몸이 유연하다. 그리고 그때마다 굳어버린 나의 근육이 좀 서글프게 느껴진다.
한편 이제 네 살이 된 아들은 TV에서 스트레칭 하는 장면이 나오면 별 힘도 안들이고 두 다리를 쭉 뻗으며 자랑하듯 나에게 보여준다. 역시 어린아이는 온 몸이 유연하다.
학생들을 가르치며 종종 느끼는 것은 몸의 유연함보다 더 중요한 것이 생각의 유연함이라는 사실이다. 몸의 근육이 굳어 버리는 것처럼, 생각의 근육도 굳어 버리는 경우가 많다. 굳어버린 사고방식, 그것은 우리에게서 생각의 유연함을 앗아간다.
사람들의 사고방식은 보통 나이의 많고 적음에 따라 구분된다. 나이가 많으면 고리타분하고 변화를 두려워하는 반면, 젊을수록 타인의 의견에 유연하고 도전적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사고방식은 생각의 차이일 뿐이다. 나이의 많고 적음과 반드시 상관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나이가 많을수록 변화를 두려워하는 것은 사실이다. 익숙한 장소와 익숙한 사람, 평소 사용하던 것들을 즐긴다. 무엇이든 새로운 것은 우선 배척하고 보는 사람들도 많다. 지금까지 해오던 방식을 고수하고, 새로운 방식으로의 접근을 두려워한다.
머릿속으로는 변화를 원하지만 그것을 얻기 위해 감수해야하는 손해는 피하고 싶어 한다. 새로운 것은 그만큼 실패의 두려움도 따르고 어려움도 있기 때문이다.
반면 아이들은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데 거리낌이 없다. 변화에 대한 두려움도 없다. 아니, 정확히는 그것을 변화로 받아들이지도 않는다. 그래서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때로 선생이 주는 혹독한 피드백도 웃음으로 받아들인다.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듯 정보와 지식을 주저하지 않고 습득한다. 가르치는 사람의 입장에선 신이 난다.
결국 생각의 유연함은 성장을 의미한다. 생각이 유연한 사람들은 새로운 무엇도 주저하지 않고, 설혹 실수를 하더라도 실패로 여기지 않는다. 이번에 안되면 다음번이 있다고 믿는 마음, 그래서 다시 한번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낼 수 있는 것이다.
생각의 유연함 못지않게 몸의 유연함도 엄청난 힘을 발휘한다. 몸과 마음이 긴장하지 않고 유연한 상태일 때 우리는 더 많은 일을 해낼 수 있다. 프로 골퍼들의 스윙이나 세계적인 첼리스트의 활 쓰는 손을 보면서 그 유연함에 감동을 받는다. 훌륭한 배구선수의 스파이크나 탁구선수의 스매시에서 느껴지는 강력한 임팩트도 그 전후 동작에서 볼 수 있는 유연함에서 나온다.
생각이든 몸이든 유연해 지기 위해서는 힘을 빼야한다. 힘을 뺀다는 것은 욕심을 버리는 것, 마음을 비우는 것이다. 운동경기나 연주를 할 때 너무 잘 해야겠다고 욕심을 부리게 되면 긴장을 하게 되고, 긴장을 하게 되면 힘이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이어 엄습해오는 부정적인 생각과 두려움은 평소 자신의 실력을 절반도 발휘하지 못하게 해서, 결국 게임이나 연주를 망치게 된다. 몸도 생각도 힘을 빼야 한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과 함께 더불어 사니 더욱 그렇다.
성경에서 예수님은 어린 아이에게 배우라고 하셨다. 순수하여 잘 받아들일 수 있는 아이들의 유연함과 겸손함 때문일 것이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굳었던 몸과 마음을 풀어버리자. 아이들처럼 몸도 마음도 유연하게 말이다.


앤드류 박 /‘박트리오’ 피아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