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네 이론은 무용의 극치일세”라는 혹평을 들은 장자가 이렇게 대답했다. “내 이론은 무용하기 때문에 유용한 것일세. 땅으로 비유해 보면, 자네가 서 있기 위해 발을 들여놓을 땅만 있으면 될 터인데, 그 딛고 있는 땅을 제외하고 나머지를 끝까지 파냈다면 그래도 발밑의 땅이 쓸모 있다고 보겠는가.”
졸업시즌을 목전에 두고 뉴스위크가 ‘쓸모없는 전공 20개’를 선정, 발표했다. “전공 선택 때 가장 중요한 요소는 학생의 취향이지만, 졸업 후 취업과 소득 역시 못지않게 중요하다”라는 조언도 곁들였다. 등록금은 하늘로 치솟고 일자리는 땅으로 꺼지는 요즘 상황에 절실한 조언이다.
사실, 대학생들이 전공 선택 때 무엇보다도 가장 염두에 두는 것은 졸업 후 취업이다. 하지만 전공을 불문하고 졸업 후 이르는 곳은 펜트하우스 오피스가 아니라 벼랑 끝이다. 졸업자 두 명 중 한 명이 백수, 아니면 웨이터 혹은 바텐더 같은 꼭 대학 졸업장이 필요하지 않은 직종에 취업하고 있다. 물론 컴퓨터, 교육, 의학계열 전공자들이 예술, 인문학 전공 졸업자 보다 그나마 나은 것은 사실이지만.
해서 “대학이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 학부의 전공을 모두 없애고 학생들로 하여금 순수학문 기초과정을 밟게 한 후 대학원에서 전공을 선택하게 하자”라는 애들러 모티머의 전공 무용론부터 시작해서 “대학 교육 자체가 시간낭비다. 창업에 나서라”고 대학 무용론을 주장하며 중퇴하고 창업하겠다는 학생 20명에게 10만달러씩 지원금을 대준 페이팔의 창시자 티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해결책이 등장했다.
대학은 이미 고비용-저효율이라는 최악의 경영 상태를 유지하고, 학점 노예를 길들여 학위를 팔아먹는 기술자 양성소로 둔갑했다. 그렇지만 “무슨 수를 써서라도 명품 학위를 따내야 한다”라는 신념으로 유치원 때부터 준비하는 학생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전쟁터의 최선책은 쓸모없는 전공 20개는 피한다는 전략이다. 대다수가 선호하는 것이 비즈니스, 컴퓨터, 교육 관련 같은 실용적 학문이다. 대학이 그런 유용성에 눈이 먼 학생에게 무용에서 유용을 찾아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것이 경쟁력이라는 것을 주지시켜야 하지만, 오히려 효율성을 강조하며 수치화된 상대평가로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결국 그것은 하고 싶은 전공과 해야만 하는 전공이 불일치하는 이변을 가져왔고, 살고 싶은 삶과 살아야만 하는 삶이라는 갈등을 낳았다. 인간의 자유와 책임감을 분리시킨 것 이다.
실용적 지식은 분리와 분열의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다. 깊은 사색과 성찰, 그리고 실용과 효율을 넘어서서, “물에는 물의 즐거움이 있고 돌에는 돌의 즐거움이 있다”라는 장자의 교훈을 따라 사는 소수, 즉 표준화를 거부하는 인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들은 “기술만 가지고는 경쟁할 수 없다. 기술과 인문사회과학이 결혼한다면 승산이 있다”라는 스티브 잡스의 통찰력에 힘입어 무용지용을 발견할 것이다.
대니얼 홍/ 교육전문가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