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단 10주년 맞은 워싱턴 코리안심포니 오케스트라 이경신 단장
“한두 번 하고 그만 둘 생각이 아니었어요. 힘들어도 내게 주어진 소명을 비켜서지 말자는 각오였습니다. 무엇보다 열심히 해준 단원들과 따뜻한 후원자들 덕분에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그래도 10년이라니 흥미롭고 아득하네요.”
올해로 창단 10주년을 맞은 워싱턴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 창단부터 지금까지 이 오케스트라를 이끌어온 이경신 단장에게서 “죽을 고생했다”는, 참았던 내밀한 고백이라도 들을 줄 알았던 예상은 무참히 빗나가고 말았다. 지난 10년이 뺑덕어멈처럼 느껴질 법도 한데 흥미롭다고 객관화시켰다.
“워싱턴 인근에는 피바디, 가톨릭 같은 명문 음악대학들이 많아서인지 한인 음악 인재들의 저변이 넓어요. 하지만 제대로 된 무대가 별로 없었어요. 누군가 나서야겠는데 제가 깃대를 잡은 거지요.”
오디션에는 영감 넘치는 신예들이 몰려왔다. 2002년 11월23일. 케네디센터에서의 창단 연주회는 성공적이었다. 워싱턴 지역 최초의 한인 오케스트라의 첫 공연 티켓은 사흘 전에 매진됐다. 하지만 갓 출범한 오케스트라의 재정은 넉넉한 형편이 아니었다. 후원자도 제대로 없었다. 이 단장은 연습으로 구슬땀을 흘리는 단원들에 밤새워 김밥을 말아 간식으로 먹이며 독려했다. 티켓 팔러 발품 팔고 다니는 것도 그의 몫이었다.
소수계 오케스트라의 스토리텔링은 경이로웠다. 이듬해 제퍼슨 메모리얼에서의 9.11 추모 음악회에는 3천명이나 몰렸고 조지메이슨대학 콘서트홀에서 2세들을 위한 장학기금 마련 음악회, 한국문화원에서의 작은 음악회가 이어졌다.
이 단장의 건강상의 문제로 3년의 공백기도 있었지만 선율의 기억은 멈추지 않았다. 2008년 상무부 주최 연방조달 컨퍼런스 뱅큇에서의 특별공연, 평화의 종각 완공식 축하 연주회, 지난해에는 케네디센터에서 홍혜경 등이 출연한 ‘9.11 제10주년 평화 콘서트’를 개최해 미 주류사회의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명박 대통령 동포간담회에서의 문화공연도 맡아 빛을 냈다.
“단원들이 20대에 만나서 이젠 대부분 30대가 됐어요. 10년간 정으로 다져져 서로 눈빛만 봐도 뭘 원하는지 알 정도가 됐습니다. 또 42명 단원의 절반이 박사학위를 가진 분들이에요. 미국인들도 있지만 패기와 원숙미, 음악을 사랑하는 마음이 조화를 이뤄 어디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오케스트라라고 자부합니다.”
탁마(琢磨)의 10년, 그 절대적 하모니와 깊어진 경륜은 5월2일(수) 저녁 7시30분 케네디센터 테라스 씨어터에서 열리는 10주년 기념 음악회에서 응축돼 쏟아낼 예정이다. 대한항공 미주 취항 40주년 기념을 겸하는 축하 음악회는 김영수 지휘에 피아니스트 배찬양, 재즈 피아니스트 SKim을 비롯해 한국에서 SBS 오케스트라 김정택 단장, 국악 신동 송소희 양 등이 다채로운 무대를 꾸민다.
“10년 전 창단 음악회를 애국가로 시작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울었어요. 제 딸은 집에 오면서 ‘엄마, 첫 곡이 너무 좋다’며 계속 애국가를 흥얼거렸어요. 이번 음악회도 애국가로 시작할 겁니다. 소박한 애국자가 되고 싶은 마음, 다시 가슴이 찡해지는 그 감격을 느끼고 싶습니다.”
음악회는 번스타인의 ‘웨스트사이드 스토리’ 연주를 시작으로 막을 올려 2부에서는 대중적인 음악으로 채울 예정이다.
“어느 멋진 봄날, 나들이 가는 기분으로 오시면 돼요. 격식과 권위의 음악이 아니라 청중과 함께 하는 무대를 만들고 싶습니다. 보고 듣고 느끼고 마음껏 즐기세요.”
이번 음악회를 격려해주기 위해 밥 맥도넬 버지니아 주지사는 편지를 보내왔다. 지난 10년의 평가는 그리 인색하지 않았다. 그만큼 후원도 늘었다. 재외동포재단과 Potter Violin Co. Bethesda 등의 관심과 격려에 이 단장은 특별한 고마움을 전한다.
이경신 단장이 연출해온 워싱턴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미래는 앞으로도 계속된다.
“우리는 고향 오케스트라입니다. 단원들도 워싱토니언이고 워싱턴 지역사회에 도움이 되고자 합니다. 이제 기반을 잡은 만큼 특히 차세대들에 무대 기회를 많이 만들어주고 육성하는데 도움이 되고자 합니다. 앞으로 20주년 음악회를 기대해 주세요.”
문의 (703)622-9028
<이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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