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하늘에 무지개가 떴네요./ 일곱 가지 꽃빛깔이/ LA 가슴을 돌고 있네요.//…줄임…//그리고 무지개도 시도 그림도/ 빛깔이 말을 나누는 시간에/우리 다 맑은 물을 같이 마십시다./ 물은 빛깔이 없어요./ 흰 옷 입고 흰 물 마시고/ 검은 옷이면 검은 물,/ 노란 옷은 노랗게 물을 마셔요.// LA는 물감이 많아서 좋아요./ LA에서는 빛깔이 살아요./ 빛깔이 많은 노래가 잘 살아요./ 저기 보세요./ 지금 그런 노래를 같이 부릅시다./ 많은 빛깔로 말예요. <빛깔이 많은 노래>
고원 시인이 4.29 폭동 1주년에 발표한 시 ‘빛깔이 많은 노래’의 한 구절이다. 시인은 일곱 가지 꽃빛깔로 서로 인사하고,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고, 노래하자고 호소한다.
그리고 인종의 용광로라는 LA는 물감이 많아서 좋다고, 그런 빛깔로 살자고 노래한다. 어린이 마음에서 희망을 본다. 그것이 시인의 꿈이요, 간절한 기도다.
‘줄넘기’라는 시에서는 검은 아이 흰 아이, 아시아와 라티노 아이들이 흥겨운 장단에 맞춰 줄넘기하는 풍경을 그린다. “인종은 몰라라 같은 줄을 붙들고/ 울긋불긋 즐거운 애들은/ 구성진 율동으로 같이 놀기”라고 노래한다. 어린이들처럼 순수한 마음으로 ‘같이 놀 때’ 골치 아픈 인종 문제도 해결되고, 생존경쟁의 으르렁거림도 노래로 변할 수 있다고 노래한다.
4.29 폭동의 바닥에 깔린 인종 갈등은 미국사회 도처에 깔려 있는 지뢰다.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른다. 우리의 이민살이는 그 지뢰밭을 조심조심 헤쳐 가는 아슬아슬한 삶이다. 피자집에서 스타벅스에서 햄버거 가게에서 인종차별이 버젓하게 드러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시인이 간절하게 꿈꾸며 노래한 그런 세상은 이루어졌는가? 아니다, 아직 멀었다. 무지개처럼 모든 인종이 함께 어우러져 줄넘기하기엔 아직 멀었다.
부끄럽다. 한인사회의 규모가 커지고, 돈 많이 벌고, 한인 정치인 몇 명 배출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정신 상태는 폭동 때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이 조금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 한쪽으로는 무자비하게 인종차별을 하면서, 다른 한쪽으로는 인종차별을 받을까봐 전전긍긍하면서 신경질적으로 반응한다.
4.29폭동의 비극을 겪은 지 올해로 20년이 된다. 우리 한인사회에서도 기념식, 강연회 등등 많은 행사들이 다양하게 펼쳐질 것이다. 그 중에 문화행사는 몇 가지나 될지 궁금하다. 좀 많았으면 정말 좋겠다. 감동적인 문학작품도 많이 발표되었으면 참 좋겠다.
마음을 열어 서로 공감하고 더불어 사는 바탕이 마련돼야 인종 갈등도 사라질 테고, 마음을 여는 일에는 아무래도 문화 예술이 주는 감동이 가장 효과적일 테니 말이다. 20년 전 폭동 직후에 있었던 평화 대행진 같은 감격이 문화를 통해, 예술작품을 통해 재현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그래서 시인의 시는 오늘도 유효하다. 무지개 빛깔로 노래하고 인사하고 그림 그리며, 함께 줄넘기하는 아름다운 세상이 올 그 날까지…
장소현/ 극작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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