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울부짖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다섯 살짜리 어린아이에, 부녀자가 대부분이고 노인도 포함돼 있다. 그런 그들을 중국당국은 기어이 북한에 넘겼다. 혹독한 수용소, 고문, 죽음만이 기다리고 있는 그곳으로.
“한국 측의 관심을 중요시 할 것이고 오늘 예방 내용을 후진타오 주석에게 전하겠다.” 중국의 외교부장이란 사람이 탈북자 북송중지를 요청한 이명박 대통령에게 한 말이다. 그리고 며칠이 못 가 탈북자 31명 전원을 북송시켜버린 것이다.
한국 국민의 염원 따위는 안중에 없다. 세계 여론에도 아랑곳 않는다. 그 뻔뻔함에, 그 오만함에 피가 역류하는 느낌이다. 그렇게 해서 중국이 얻을 게 무엇일까. 도대체 왜. 극악무도하다고 할까. 어처구니없다고 할까. 그 중국의 조치를 바라보며 한 편으로 떠올려지는 의구심이다.
돈이 빠져나간다. 해외로 유출되는 돈이 연간 수 백 억 달러다. 돈께나 있다는 사람들은 모두 이민을 염두에 두고 있다. 미국이, 유럽이, 캐나다가 선망지역이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부유층으로 분류되는 중국인의 60%가 이민수속 중이거나 이민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하나같이 사회의 불안정성을 그 이유로 들면서.
점증하는 사회불안을 해소하는 방안은 그러면 무엇인가. 갑론을박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강경론이 결국 모든 주장을 잠재웠다. 물리적인 압제를 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찰력을 동원해 불안요소는 그 싹부터 제거해야 한다는 쪽으로 결론이 난 것이다.
그 결과 올해 치안예산은 11.5%가 늘었다. 모두 1,110억 달러를 배정해 1,060억 달러에 그친 국방비를 능가한 것이다. 한 마디로 ‘외부의 적’보다도 ‘내부의 적’에 북경당국은 더 부심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중요한 전략적 이해는 대체로 3가지로 대별된다. 그 중 가장 중차대한 전략적 이해는 내부안정이다.” 조지 프리드먼의 지적이다. 그 내부안정에 불가결적 요소이자 두 번째 중차대한 전략적 이해가 경제성장이다.
세 번째는 완충지대로 불리는 지역의 효과적인 통제다. 티베트, 신장성, 그리고 만주에서 북한에 이르는 동북아지역이 바로 ‘Han China’, 다시 말해 한족(漢族) 중심의 중국입장에서 볼 때 완충지대다. ‘Han China’가 안정돼 있을 때 이 완충지대 통솔에 별 무리가 없다. 한족 중심의 중국이 흔들릴 때에는 그러나 완충지대를 통솔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 세 가지 전략적 이해가 오늘 날 큰 도전에 직면해 있다는 것이 프리드먼의 진단이다.
경제가 흔들린다. 그 중국경제가 경착륙 가능성마저 보이면서 내부안정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그 해법으로 월드뱅크는 개혁안을 제시했다. 국가소유 기업의 개편, 다시 말해 공산당의 정치에 이은 경제권력 독점의 해체를 주요 방안으로 제시한 것이다.
그러나 권력독식에 길들여진 공산당은 개혁안을 수용할 태세가 갖추어져 있지 않다. 때문에 나오는 전망은 경제는 더욱 악화되면서 이는 심각한 정치, 사회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징후는 벌써부터 중국사회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이는 다른 말이 아니다. ‘Han China’마저 흔들리면서 중국 내부가 크게 요동치고 있다는 이야기다. 부유층의 해외 탈출현상이 그 한 증좌다. 하루 500건 이상 대규모 시위(최소한 1000명이상이 참가한 경우)가 발생하고 있는 것도 그렇다.
이를 미국에 대입하면 매일같이 100건 이상 대규모 시위가 발생하는 셈으로, 중국의 사회구조가 얼마나 허약한가를 반증하고 있다.
“건드리기만 하면 언제든지 터질 분위기다.” 파이낸셜 타임스의 기디온 래크만이 현지에서 전하고 있는 중국사회의 분위기다. 문제는 이 같은 정황에서도 권력교체기를 맞아 강경론만 먹혀들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내정은 말할 것도 없다. 외교에서도 오직 강경파의 목소리만 들리고 있다. 온건론을 주장할 경우 권력투쟁에서 밀려나기 때문이다.
왜 중국은 국제법과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인권규범을 무시한 채 탈북자들을 북송하고 있는 것인가. 앞서의 질문으로 되돌아간다. 도대체 왜. 나름의 계산이 없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초조감의 발로가 주원인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Han China’가 요동치고 있다. 그런 마당에 탈북자 문제까지 클로즈업되고 있다니. 불안감이 엄습한다. 그 결과 발동하는 것은 본능이다. 중국공산당 정권은 어린 아이와 노약자들을 죽음의 길로 떠미는, 스스로 문명국가임을 부인하는 만행을 저지른 것이다.
촛불이 어른거린다. 수백, 수천, 아니 수 만개의 촛불이다. 그래도 이어지는 탈북자 행렬, 그들을 위해 켜진 촛불이다. 인류의 양심을 밝힌 촛불이다. 미친 소가 너울거리는 촛불이 아니다. 중국 공산당의 반(反)인륜범죄를 고발하는 촛불이다.
LA에서, 뉴욕에서, 워싱턴에서 그 촛불은 켜져야 한다. 미주 땅에 사는 한인에게 주어진 지상 과제라는 생각이다.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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