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만으로도 우리를 설레게 하는 단어가 있다. ‘첫’으로 시작되는 말들, 첫사랑, 첫만남, 첫키스, 그리고 첫날밤. 처음은 누구에게나 의미 있고, 누구에게나 소중하다.

내 나이 열 살쯤 되었을 때였던가. 처음으로 부모님을 떠나 보이스카웃 캠핑을 가서 친구들과 힘을 합쳐 만든 첫 냄비 밥. 설익은 밥이었지만 난생처음 내 손으로 만든 음식을 먹었던 그 기억은 지금까지도 자랑스럽게 남아 있다. 그때의 실수를 거울삼아서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냄비 밥을 아주 잘 짓는 사람이 되었다. 어린 날의 경험들은 ‘나’라는 사람을 만드는데 중요한 뿌리가 된다는 사실을 깨닫곤 한다. 그것이 바로 ‘교육과 경험’의 중요성일 것이다.

매년 이맘때면 부지런한 엄마들은 아이들 교육문제로 더욱 바빠진다. 자녀들에게 알찬 여름방학을 선사하기 위해, 엄마들은 좋은 프로그램을 찾는데 열심이다. 3개월이 넘는 긴 여름방학, 어떻게 하면 아이에게 의미 있는 시간이 될 수 있을까 하며 고심하는 부모의 마음은 모두가 마찬가지일 것이다.

나의 경우, 고등학교 시절 어머니가 수소문해서 찾아주신 음악캠프 하나가 내 인생에서 소중한 추억 중 하나로 남아있다. 콜로라도 아스펜에서 열리는 ‘아스펜 뮤직 페스티벌’이라는 음악캠프였다. 그곳에서 만났던 친구들이 지금도 함께 연주하며 가깝게 지내는 평생친구가 되었고, 그곳에서 만난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존 페리 교수님은 10년 넘게 나를 가르쳐 주시고 키워주신 은사님이시자 아버지 같은 존재이다.

해양 캠프에 가서 신비한 바닷속을 경험한 아이는 아마도 자연에 대해 생각하는 어른으로 성장할 것이다. 천문 캠프 같은 곳에서 합숙하며 아름다운 별들을 관찰한 아이는, 하늘의 별을 보며 시를 읊는 어른으로, 또는 별을 연구하는 천문학자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악기를 공부하는 학생이라면 이 여름이 더욱 의미있는 시간이 될 수도 있다. 지금까지 갈고닦은 실력을 친구들과 함께 나누고, 다른 선생님들과 공부하며 그 재능을 평가받는 캠프들이 많기 때문이다.

필자가 강사로 있는 몬테시토 국제 음악제나 아이딜와일드 음악캠프는 배우고 가르치며 행복을 느끼는 여름 음악제다. 캠프에 참가한 학생들은 캠프가 끝날 때면 서로 떠나기 싫어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리곤 한다. 그만큼 사람에 대한 마음도, 음악에 대한 깊이도 깊어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몬테시토 국제 음악제는 LA에서 그리 멀지 않은 산타바바라 부촌에 자리잡고 있는 웨스트몬트 칼리지에서 열린다.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존 페리, 20세기 최고 여류 바이얼리니스트 중 하나인 이다 헨델과 같은 음악가들이 교수진으로 있으며, 자랑스러운 한인 바이얼리니스트 윤찬호 교수가 디렉팅한다.

3주 동안 음악에 푹 빠져 지내고 처음 만난 친구들과 함께 연주하며 우정을 쌓을 수 있는 훌륭한 만남의 기회이자, 음대 진학을 꿈꾸는 학생이라면, 세계 유수 음악대학의 교수들에게서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여름은 그야말로 ‘HOT’ 한 계절이다. 그만큼 뜨겁고 치열하게, 많은 것을 경험할 수 있는, 아이들에겐 보너스 같은 시간이기도 하다. 자신의 꿈을 향해 다가가는 우리 아이들에게 새로운 경험의 계단을 선물로 놓아주면 어떨까?

한걸음한걸음 자신의 꿈의 계단을 오르는 아이들. 그 아이들이 넘어지지 않도록 든든히 뒤를 지키며 격려해주는 것이 부모이자 우리 어른들의 몫일 것이다.


앤드류 박 /‘박트리오’ 피아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