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국 직원을 사칭한 한인 남성이 불법체류 한인 수십명을 대상으로 영주권을 내주겠다며 거액을 뜯어낸 후 잠적한 사기사건이 발생했다.
이들 중 일부는 신분공개에 따른 불이익을 감수한 채 29일 기자회견을 통해 사건의 내용을 설명하고 더 이상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당국이 조치해줄 것을 호소했다. 피해자 10여명이 단체로 이민국에 수사를 의뢰했으니 용의자는 머지않아 체포될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입은 금전적·정신적 피해의 보상은 장담하기 힘들다.
불법체류 동포를 대상으로 한 이민사기는 가장 죄질이 나쁜 파렴치한 범죄다. 위법인 줄 알았지만 한국에서 아버지의 부음을 받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용의자에게 부탁했다는 한 여성의 경우처럼 피해자들은 그늘에서 숨죽인 채 매일을 견디는 절박한 사람들이다. 불이익을 당해도 마음 놓고 도움조차 구하기 힘든 절박한 사람들을 또 한 번 울리는 이민사기는 법 이전에 먼저 커뮤니티 정서상으로 도저히 용서받기 힘든 후안무치의 행태다.
그러나 이민사기는 이민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되어서 그 자체로 새로운 일은 아니다. 이민국 직원 사칭행위는 아직도 속는 사람이 있다는 게 놀라울 정도로 낡은 수법이다. 진짜 이민국 직원이 뇌물 받고 행한 영주권 발급이 들통 나고 수백명 한인들에 대한 추방통보 사태가 잇달으면서 미디어에 대서특필된 것도 불과 얼마 전이다.
모든 사기가 그렇듯이 이민사기도 피해자의 직접 혹은 간접적 협조 없이는 이루어지기 어렵다. 안 되는 일을 되게, 오래 걸리는 일을 속성으로 처리하고 싶은 조바심이 화의 근원이다. 사기꾼이 아무리 달콤한 말을 늘어놓아도 피해자가 응하지 않으면 사기는 성공하지 못한다.
이번에 드러난 사기는 빙산의 일각일 것이다. 앞으로도 유사한 피해가 계속될 것이다. “전산기록을 조작해도 상관없다. 영주권만 받으면 된다” - 이런 미련을 버리지 않는 한 이민사기는 사라지지 않는다. 상황이 절박할수록 정도를 지키는 인내가 필요하다. 당장엔 혹하기 쉬운 불법이 결국엔 자신을 피해자로 만드는 덫이라는 걸 명심해야 한다. 그래야 자신을 사기행각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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