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중반부터 벌써 20년 가까이 북한 주민들의 탈북 행렬이 끝이지 않고 있다. 어제 오늘 이야기는 아니지만, 생명 걸고 생지옥 탈출에 성공한 북한주민들이 중국공안 당국에 의하여 ‘불법입국자’라는 이유로 강제 북송되고 있다는 최근의 기사는 마음을 찢어 놓는다.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기본권이 박탈된 것은 말 할 것도 없고 제대로 먹지도 못하는 생지옥이 바로 북한이다. 이런 김씨 왕조에 달러를 흔쾌히 희사하는 대한민국 사람들이 있다. 뉴욕타임스 1월19일자 ‘남과 북이 하나 되는 곳’ 제하의 현지 르포기사에 나온 한국인들이다.
캄보디아의 고도 앙코르와트를 찾는 한국 관광객들은 북한 정권이 외화벌이 사업으로 차려 놓은 식당 ‘평양’에서 악기를 다루면서, 발라드 음악에서부터 비제의 칼멘까지 소화하는 접대원들에게 환호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자리에서는 휴전선을 사이에 둔 한반도의 긴장 같은 것은 눈 닦고 찾아 볼 수 없고, 마치 한민족의 염원인 통일이 곧 달성될 것 같은 화기애애한 분위기라고 기사는 전했다.
이곳에서는 한반도에서는 생각할 수도 없는 장면이 연출된다. 북한여성들의 공연에 박수갈채를 보내고, 공연 후에는 앞다퉈가며 그들과 어깨동무하며 기념 촬영을 한다.
북한의 수도 평양의 이름을 딴 이러한 레스토랑은 방글라데시, 두바이, 라오스, 네팔 등 비즈니스가 될 성 싶지 않은, 우리에게는 매우 낯선 곳까지 진출해 있다.
물론, 현지 여행을 하는 남한 관광객을 겨냥한 외화벌이사업임에 틀림없다. 왜냐하면, 포도주 한 병에 30달러, 식대가 1인당 100달러인 식사를 그 나라에서 먹을 수 있는 사람은 부유한 한국인 말고는 없기 때문이다.
해외 평양식당은 북한정권이 식량난과 유류 난을 극복하기 위하여 그리고 국가파산 상태에 몰린 “사회주의” 경제를 지탱시키기 위하여 국책사업인 미사일 수출, 핵기술 이전 등과 더불어 중요한 외화벌이 창구인 것이다.
남한 관광객들은 수천 마일을 날아 앙코르와트 사원을 관광한 뒤 쇼핑하고, 두 곳이나 있는 평양식당 중 한 곳에서 식사하도록 관광 일정이 짜여 있다. 5명의 요리사가 근무하고 있는 평양식당에서는 심지어 보신탕까지 먹을 수 있다.
식사 후에는 3년 근무조건으로 평양에서 파견된 20대 초반 여성 연예인들의 공연을 즐기게 된다. 특기 할 것은 식당내부에는 체제선전이나 정치적 슬로건 같은 것은 눈에 띄지 않는다.
한반도의 긴장이 서려있지 않는 ‘제 3 지대’에서 휴가 분위기에 흠뻑 젖어 드는 남쪽 관광객들과 달러가 필요한 북쪽 사람들은 캄보디아산 맥주를 가운데 두고 ‘한 덩어리’가 되어 간다.
캄보디아 관광청 통계에 따르면 2011년 한해 한국 관광객의 수는 캄보디아를 찾은 관광객의 16%에 해당하는 26만 명이다. 단일국가로서는 최다수라고 한다.
국수 한 사발에 1달러50센트인 나라에서 한국 관광객들은 한 끼에 김치, 쇠고기 등심, 마른 오징어 그리고 포도주 한 잔 포함하여 100달러란 거액을 기꺼이 지불한다.
북경을 포함한 중국 내 대도시, 방콕, 두바이, 심지어 방글라데시, 라오스, 네팔 등지 수 십 곳에 산재되어 있는 평양식당에서 벌어들이는 매상은 상당할 것이다. 대부분 대한민국 국민의 호주머니에서 나오는 달러임은 불문가지다. 이 달러는 평양으로 송금되어 그들의 체제수호와 유지에 사용될 것이다.
한국 관광객들이 호기좋게 뿌리고 다니는 돈이 총알과 대포가 되어 돌아온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는 이들이야말로 ‘정신 나간’ 사람들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한태격/ 뉴욕 평통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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