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솔린 가격이 끝없이 상승하면서 운전자들의 스트레스 지수도 같이 높아지고 있다. 캘리포니아의 평균 개솔린 가격은 이미 갤런 당 4달러를 넘어섰다. 갤런 당 4달러의 개솔린 가격은 소비자들에게 심리적 마지노선이다. 3달러99센트와 4달러는 1센트 차이지만 다른 무게로 다가온다. 4달러를 넘어서면서 운전자들은 좌절감과 분노, 그리고 두려움 같은 반응들을 나타내고 있다.
개솔린 가격은 직접적으로 가계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지만 심리적으로 미치는 중압감은 한층 더 심각하다. 미국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뉴스가 쏟아져 나오고 여러 가지 긍정적 경제지표들이 발표되지만 소비자들은 직접 피부에 와 닿는 물가를 통해 경기를 체감한다. 그 가운데 개솔린 가격은 가장 민감한 지수다.
지난 해 미국인들의 가계수입에서 개솔린 지출이 차지한 비중은 8.4%였다. 개솔린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는 지금은 그 비중이 더 높아졌다. 그러니 돈 벌어서 개솔린 넣는데 다 쓴다는 푸념까지 나오는 것이다. 10년 전만 해도 개솔린 지출 비중은 지난해의 절반 정도에 불과했다. 그만큼 서민들의 살림살이는 가만히 앉아서 한층 더 팍팍해졌다.
이런 이유로 민심은 개솔린 가격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아무리 거시지표들이 좋게 나와도 개솔린 가격이 계속 오른다면 부담이 늘어난 서민들은 현재의 경제상황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되기 쉽다. 그래서 정치권은 물가 동향, 특히 가계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개솔린 가격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의 고민은 여기에 있다. 개솔린 가격이 오르면서 덩달아 커지고 있는 소비자들의 불안과 두려움은 현 집권세력에 좋은 조짐이 아니다. 게다가 개솔린 가격 상승은 모처럼 기미가 보이는 경제회복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개솔린 가격이 갤런 당 25센트 오르고 이것이 1년 동안 지속되면 약 350억달러의 경제적 손실을 초래한다.
힘겹게 회복되고 있는 경제에는 심각한 타격이 될 수 있다. 특히 지금처럼 상승세가 지속될 경우 더욱 그렇다.
여당의 고민은 야당의 기쁨이 되는 것이 정치의 생리. 공화당이 이런 호재를 놓칠 리 없다. 공화당은 개솔린 가격을 올 선거전의 핵심 이슈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공화당 대선 후보들은 자신들의 집권하면 개솔린 가격을 낮추겠다는 공약과 함께 치솟는 개솔린 가격이 오바마 행정부의 무능과 잘못된 정책에서 비롯됐다며 책임론을 부각 시키는데 전력을 쏟고 있다.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유권자들을 접촉할 때 개솔린 가격을 오바마에 대한 공격 무기로 사용하라는 지침을 소속 의원들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개솔린 가격이 오르는 데는 수요공급의 원리에서부터 국제 정치적 요소, 그리고 정유사들의 꼼수 등 복합적인 원인들이 작용하고 있다. 그런 만큼 오바마 책임론은 근거가 약하다. 하지만 정치판에서 무엇이 진실인지는 별로 중요치 않다. 그렇게 몰아감으로써 얻게 될 정치적 이득만이 중요할 뿐이다.
올 여름 개솔린 가격은 지금보다 더 오르게 될 것이다. 하지만 유가전망은 고도의 정치학까지 곁들인 다차원의 방정식으로 풀어야 하기 때문에 정확한 예측을 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개솔린 가격이 오르면 오를수록 오바마의 재선 가능성은 그만큼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오바마의 정치적 운명은 상당부분 개솔린 가격의 동향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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