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시카고 한인회를 중심으로 한 ‘동해 명칭 지키기 운동’, 버지니아 주의회에서 부결된 ‘동해/일본해 명칭병기 의무화 법안’, 뉴욕 시립도서관에 ‘동해표기 고 지구본 기증’ 소식 등 동해/일본해 관련 문제들이 다시 부각되는 것 같다.
아이들 방에 지구본이 하나 있는 것이 생각나서 가지고 나와 들여다본다.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일본해(Sea of Japan)로 표기되어 있다.
해방 이전 상황이라면 일본의 지배 하에 있던 한반도와 일본 본토가 감싸듯이 안고 있는 바다를 일본해라 표기한 들 누가 무어라 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2차 대전이 끝나고 대한민국이 탄생된 이후 그 명칭은 타당치 않다는 것을 지각 있는 일본인이라면 충분히 알 수 있을 것이다.
한국 일본 러시아 3국에 둘러싸인 공해를 일본해라고 부르는 것은 적절치 않다. 지중해 일대를 휩쓸었던 로마제국의 후예 이탈리아가 지중해를 이탈리아 해 (Sea of Italy)로 부르자고 요구한다면 주변국들의 반응이 어떠 하겠는가.
1992년 한국 정부가 유엔 지명 표준화 회의에 동해 명칭 병기를 요구한 이후 개인이나 단체가 보물찾기 식으로 고지도를 발견하여 명칭 병기의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일본 정부에서 벌이고 있는 일본해 명칭 굳히기에 이용 당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정황상 19세기 초 이후로는 일본해로 표기된 고 지도가 많을 수밖에 없다. 한 팔을 붙잡아 둔 채로 권투시합 하자는 것과 같다.
같은 바다이지만 한국 쪽에서 보면 동해이고, 일본 쪽에서 보면 북해나 서해일 것이다. 또 가장 긴 해안선을 가진 러시아 쪽에서 보면 남해라고 할 수도 있어 우리가 주장하는 동해라는 명칭도 한반도 내에서는 통하지만 국제적으로 공감 받기는 쉬울 것 같지 않다.
애국가의 첫 가사가 ‘동해물’로 시작되기 때문에 우리는 ‘동해’ 표기에 애착이 갈 수밖에 없다. 남이 무어라 부르던 한반도 내에서는 삼면의 바다가 동해, 남해, 서해이고 앞으로도 천년 만년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동해는 어느 한 나라만의 주권이 인정되지 않는 공해이므로 명칭의 병기가 국제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명칭 병기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갖게 하기도 한다.
또한 우리가 동해/일본해 병기를 주장한다면, 현재 국제적으로 황해(Yellow Sea)로 표기 되어있는 한반도 서쪽 바다도 서해/황해로 병기토록 동시에 요구해야 형평성에 맞다고 본다. 여하간 국제 공해를 우리 식으로 동해라 주장하는 것도 무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일본해라고 고집하는 것은 한일 간의 불편했던 역사를 보면 적절치 않다. 현재 일본 측이 주장하는 독도 영유권 문제의 근저에는 일본해라는 명칭이 주는 환상이 큰 영향을 주고 있을 것으로 본다.
세계의 바다는 온 인류에 공평하게 개방된 바다이므로 잘못된 명칭이나 오해를 살만한 명칭은 바로 잡아야 한다.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파듯이 우리 쪽에서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된다고 본다. 우리와 유사한 문제를 가진 국가들과 협조하여 국제적인 여론을 조성할 필요도 있을 것 같다. 개인이나 여러 단체가 산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것보다는 정부차원에서 일관되고 단합된 대안을 가지고 대처하는 것이 효율적일 것으로 본다.
한·일 양국의 주장이 팽팽한 동해/일본해 명칭 보다는 한·일·러 3개 당사국간 협의에 의해서 새롭고 미래 지향적인 이름으로 바꾸어 국제적으로 공인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오래 전에 제기된 바 있던 제3의 명칭인 청해(Blue Sea)도 대안 중의 하나라 본다.
황해와 달리 육지에서 유입되는 큰 하천이 없어 깨끗한 수질을 유지하는 바다의 이미지와도 통하고, 연결되는 해협의 수심이 낮아 해수 교류가 원활치 못해서 한번 오염 되면 치유가 힘든 입지를 가진 바다이므로 환경보호에 특별히 유의해야 한다는 의미도 있을 것이다.
한반도에서 보면 황색과 청색 바다가 양쪽에서 균형을 잡아 삼천리금수강산이 더 화려해 보일 것이다.
더 나아가 청해와 황해가 만나는 남해안 일대와 제주도를 중심으로 한 한반도의 남쪽바다를, 청색과 황색이 합치면 녹색이 되는 원리대로, 자연친화적 느낌의 녹해(Green Sea) 라 칭한다면 금상첨화 일 것 같다.
인신환/ 건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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