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 동안 한국 언론계에 커다란 사건이 있었다. 수천 억 자본금을 갖다 넣고 시작한 조중동 종편 이야기가 아니다. 이들 종합 편성 TV 채널은 엄청난 투자와 정부의 온갖 지원에도 불구하고 시청률이 1%를 넘지 못하고 있다. 수익이 날 때까지 앞으로도 수 천 억을 더 집어넣어야 하는데 보는 사람이 이렇게 없어가지고 언제 그 날이 올지 아무도 모른다.
반면 작년 딴지일보 ‘총수’ 김어준을 비롯 달랑 4명이 시작한 팟 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는 청취자 수가 1,000만을 넘었다. 제작비라야 1주일에 한 번 스튜디오 빌리는데 5만원, 식사대 3만6,000원이 전부다. 출연료는 없다. 이처럼 저렴한 비용으로 제작되는 프로지만 그 정치적 영향력은 어마어마하다.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인들은 여기 한 번 나가는 것을 영광으로 알고 있다. 젊은 유권자들이 이처럼 열렬히 듣는 방송이 없기 때문이다.
이 방송은 애당초 제작 취지가 이명박 대통령을 조롱하고 야유하는 것이다. ‘나는 꼼수다’라는 제목 자체가 이명박이 얼마나 꼼수를 많이 부리는 사기꾼인가를 말하자는 것이다. BBK, 에리카 김, 도곡동 땅, 청계 재단 등 이명박과 관계된 모든 뉴스가 단골 메뉴지만 특종이 아니라 추측과 ‘소설’로 일관하고 있다. ‘이것은 정황으로 봐 이럴 것이다’가 전부다. 그러다 아닌 것으로 밝혀지면 ‘아니면 말고’다.
이 방송 첫 회에서 출연자들은 에리카 김의 한국 입국에 대한 장황한 해설을 늘어놓은 뒤 “이는 분명 동생 김경준을 추방 형식으로 미국에 보내 자유의 몸이 되게 하기 위한 협상 차 온 것”이라며 “2011년 말까지 틀림없이 김경준은 미국으로 추방될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작년 서울 시장 선거 때도 “나경원 후보가 피부샵에서 1억을 썼다”고 주장, 결정적 타격을 줬으나 나중 조사 결과 사실 무근으로 밝혀졌다.
이런 무책임한 발언에 못지않게 문제인 것인 것은 저질스런 말투와 수준이하의 천박한 발언이다. 이들은 이를 부끄러워하기는커녕 자랑으로 여긴다. “우리는 잡놈이지만 무식하지는 않다”는 것이 김어준의 주장이다.
한동안 잘 나가던 이들이 최근 곤욕을 치르고 있다. BBK 관련 허위 사실 유포혐의로 구속 수감된 진행자의 한 명인 정봉주와 관련, 한 여성이 비키니를 입고 ‘가슴이 터지도록 나와라 정봉주’라고 가슴에 글을 쓴 사진을 올렸는데 이를 보고 김어준이 “이 여성의 생물학적 완성도에 감탄했다”고 한 마디 했다 구설수에 오른 것이다.
여권 단체들은 여성 모욕 발언을 사과하라며 ‘나꼼수’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고 진보 진영에서도 비판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김어준은 “그런 생각 안 해본 인간이 어디 있느냐”며 “다른 급한 일도 많은데 그런 사소한 문제에 집착할 시간이 없다”며 끝내 사과를 거부하고 있다. 무책임하며 스스로 ‘잡놈’을 자처하는 이런 인간이 젊은이들 우상으로 떠오르고 있는 한국의 앞날이 정말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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