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김일성으로부터 권력의 핵심인 노동당의 권력을 1973년에 넘겨받은 후 지난 37년 동안 북한을 철권 통치해 온 김정일이 2011년 12월17일 아버지와 똑같은 심장병으로 사망하였다. 김정일의 장례식이 끝난 다음날인 12월30일 28세의 김정은이 인민군 최고사령관이 되면서 김씨의 3대 세습 체제가 출범하였다.
북한의 새 지도부가 처음으로 내린 결정은 김정일을 김일성처럼 영원히 미이라로 만들고 전국에 김정일 동상과 ‘태양상’을 건설한다는 것이었다. 1994년 7월 김일성 사망 후 김정일이 그를 “영원히 모신다”며 그의 시신을 미이라로 만들고 김일성이 사무실로 썼던 금수산 의사당을 금수산 기념궁전으로 바꾸었던 일이 18년 만에 다시 반복된 것이다.
김일성의 시신처리에 러시아 전문가 7명과 100만 달러의 비용이 지출되고 김일성 시신이 안치된 연면적 350만 평방미터의 금수산기념궁전을 만드는데 8억9,000만 달러가 들어갔다. 이때는 북한이 그 어렵다고 하던 ‘고난의 행군’시기였다.
전병호 북한 노동당 군수담당비서는 이 시기에 200만명 이상의 북한 주민들이 먹을 것이 없어서 굶어 죽었다고 황장엽 전 당비서에게 말하였다고 한다. 김일성 시신 1구를 처리하고 ‘영원히’ 모시는 데 들어간 돈이면 외국에서 옥수수 600만 톤을 살 수 있었고 이 곡식이면 북한 전 주민이 3년간 버틸 수 있었다.
김정일은 김일성 사망 후 식량난과 생활고에 시달리는 북한 주민들을 통치하는 방식으로 공포정치와 ‘희망 주기’ 두 가지를 채택하였다. 김정일은 “전국에 총소리를 내라”며 배가 고파 밭에서 옥수수 몇 이삭을 훔친 사람들까지 공개처형하는 방법으로 북한 전역에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였다.
두번째 방식은 주민들에게 한 가닥의 희망과 기대를 심어 주는 것이었다. 이것이 바로 김일성 생일 백돌이 되는 2012년까지 북한을 ‘강성대국’의 반열에 올려놓겠다는 ‘거대한 목표’의 제시였다. 사람들이 굶어죽는 피폐한 나라를 14년 만에 세계적 강대국으로 만들겠다는 김정일의 말은 거짓이었다.
공포정치로 북한은 하나의 거대한 수용소로, 공개처형장으로 변했고 ‘강성대국’ 목표 설정 후 13년 동안 북한 경제는 후퇴를 거듭하였다. 2011년 말 북한의 강철, 기계, 전력, 비료 등 주요 공업제품의 생산량은 1980년대 생산량의 10~20%에 불과하였다.
김정일이 삼남 김정은에게 넘겨준 것은 아프리카의 나라들보다 더 지독한 가난과 붕괴 직전에 처한 나라였다. 프로파간다의 대가들인 북한 지도부조차도 김정일이 ‘인민을 위해 남긴 업적’이 “핵무기와 인공위성 그리고 정신력이었다”고 노동신문에 언급할 수밖에 없을 정도다.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라는 말이 있듯 후계자가 된 김정은이 처음으로 한 일이 평양에 1700억 짜리 자신의 대저택을 짓는 일이었다. 아버지 사망 후 처음으로 한 일도 김정일을 미이라로 만들고 북한 곳곳에 김정일의 동상과 ‘태양상’들을 건립하도록 한 것이었다.
지금 북한의 방방곡곡에는 김일성의 동상들과 그의 생전의 모습을 그려 만든 ‘태양상’들이 건설되어 있다. 그런데 또 김정일의 동상과 그의 ‘태양상’들까지 건립하라고 지시한 것이다.
북한 간부들과 주민들은 목숨을 보존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김정일의 동상과 ‘태양상’들을 건설할 것이다. 후계자 김정은은 김정일이 그토록 반대하던 중국식 개혁, 개방을 하지 못할 것이고 아버지의 ‘선군사상’을 이어 갈 것이다. 군대와 군사를 강화하고 경제와 인민을 홀대할 것이라는 의미이다.
한정된 국가재산은 김씨의 우상화와 군대에 돌아갈 것이고 이는 북한을 더 깊은 나락으로 끌고 갈 것이며 김씨 3대 세습에 대한 강한 저항을 초래할 것이다.
여기에 한가지 문제가 있다. 북한 주민들의 의식이 이전 김일성이 죽을 때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중국과 면한 국경을 통해, 장마당과 휴대폰을 통해 한국의 드라마와 노래, 발전상 그리고 중국의 개혁개방에 의한 발전 소식들이 바닷가에 바닷물 스며들듯 들어가고 있다. 보위원, 보안원, 당간부들이 장마당을 쉽게 단속하지 못할 정도로 주민들의 저항도 강해지고 있다.
형제 국가라고 하는 중국사람들이 살이 빠져 앙상한 북한주민들의 모습을 보며 북한을 ‘다이어트 공화국’이라고 야유하고 있고 러시아 신문조차 김정은을 “나폴레옹이나 수보로프 장군보다 더 천재적인 장군”이라고 비꼴 정도이다.
전 세계가 북한의 3대 세습을 비판하고 있는 마당에 북한은 한 술 더 떠 망자인 김정일의 2월16일 생일을 가장 성대한 축제로 경축하고 있다. 산 사람 수천만 명보다 망자 한명이 더 귀중한 나라가 바로 북한이다.
고영환/ 한국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선임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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