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민청 이야기가 한동안 나돌았었다. 본국에 있는 재산권 행사에서 호적문제에 이르기까지 해결해야 할 민원은 많다. 그런데 일처리가 여간 골치 아픈 것이 아니다. 해외동포들의 이런저런 문제를 일괄 처리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 그 골자였다.
세계화의 바람이 불었다. 그러면서 제기된 게 이중국적문제였다. 그리고 해외 한인의 참정권 문제였다.
상당히 오랜 동안 논란이 들끓었었다. 가닥이 잡히는 듯했다. 투표권을 부여하자는 쪽으로. 그러나 뜸만 들이다 말았다. 정치적 타협이 쉽지 않아서였다. 한국의 정치권, 다시 말해 여당과 야당의 셈법이 아귀가 맞지 않아서였다.
박빙의 차이로 대통령 선거가 결판났었다. 97년, 2002년 대선이 모두 그랬다. 그런 마당에 해외동포에게 투표권을 부여한다. 그 표심이 과연 유리하게 작용할 것인가. 계산이 서로 달랐던 것이다.
그러나 해외한인에게 결국은 투표권이 주어졌다. 같은 국민이면서 주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건 평등권 침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서였다.
그래서 실시된 게 재외국민 투표 등록이다. 결과는 그러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LA 총영사관의 경우 예상 유권자 19만7600 명중 4512명이 등록을 마쳐 등록률은 2.28%에 그쳤다.
다른 해외공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전 세계 223만 여명의 대상자 중 투표 신청을 한 사람은 12만여 명으로 등록률은 5.6% 수준에 불과했다.
왜 이렇게 됐나. 한 마디로 한국 정치권의 무관심 때문이다. 왜 무관심한가. 재외선거에 대한 여야의 이해득실 계산이 다르기 때문이다.
선거 등록과 투표 시행세칙부터가 그렇다. 현지의 사정은 거의 고려되지 않았다. 그 한 예가 선거인 등록과 투표를 모두 공관을 찾아 직접 하게 돼 있고, 등록기간도 3개월로 한 것이다.
LA 총영사관의 관할지역은 남가주 전체에다가 네바다, 애리조나, 뉴멕시코까지 포함 돼 있다. 대한민국 영토의 몇 배에 이르는 광활한 지역을 아우르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원거리 거주자는 등록하기 위해, 또 투표하기 위해 최소한 1박2일 씩 두 번이나 여행을 해야 할 판이다. 이런 상황을 예견한 선관위는 지난해 4월 재외선거법 개정안을 냈다. 공관직원들이 먼 지역을 순회하며 등록신청을 받고 공관 외의 장소에 투표소 설치도 허용하자는 골자였다.
그러나 한국의 정치권은 표 계산에만 바빠 대안마련에 실패했다. 해외한인의 투표가 미칠 득실계산이 다르다보니 갑론을박만 벌이다 만 것이다.
처음 해보는 재외 국민투표다. 당연히 미흡한 점은 있기 마련이다.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것이다. 그렇지만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이다.
등록 결과가 말해 주듯 재외선거에 실효성이 논란이 되자 한국의 정치권은 당황하는 눈치다. 그리고 기껏 한다는 소리가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어서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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