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살고 있는 멕시코 계는 3,000만 명이 넘는다. 거기다 700만 이상으로 추정되는 불법체류자까지 합치면 4,000만 명에 육박한다. 멕시코 본토 인구가 1억1,000만 정도임을 고려하면 어마어마한 숫자다. 이들이 멕시코 선거에 참여한다면 이론적으로는 선거 결과를 얼마든지 바꿔놓을 수 있다.
멕시코 정부는 2006년 대선부터 해외 멕시코 인의 투표를 허용했다. 그러나 결과는 기대 이하였다. 수천 만 명의 미국 내 멕시코 계 중 정작 투표한 사람은 3만2,000명에 불과했다. 이처럼 투표율이 저조한 것은 미국 내 멕시칸의 대부분이 멕시코 정치에 별 관심이 없는 것이 첫째 이유였다. 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 내 멕시코 인들 가운데 멕시코 선거에 투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 전체의 5.5%에 불과했다.
까다로운 투표 절차도 문제다. 투표를 하려면 우선 유권자 ID가 있어야 하는데 이는 멕시코 안에서만 발급받을 수 있다. 이 ID가 있어도 다시 우편으로 유권자 등록을 해야 하며 그 후 다시 투표용지를 받아 우편으로 투표를 해야 한다. 멕시코 영사관은 등록을 원하는 사람에게 무료로 우표를 나눠주고 있지만 이런 정도의 미봉책으로는 큰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한국과 같이 올해 대선이 있는 멕시코는 미국 내 유권자들의 등록을 독려했지만 등록이 마감된 1월 현재 등록한 사람은 고작 2만에 불과하다.
4월 총선과 12월 대선을 맞아 처음 실시되는 해외 유권자 등록 마감일인 11일이 코앞에 다가왔는데 등록한 한인 숫자가 예상을 크게 밑돌아 관계자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5일 현재 LA 총영사관에 접수된 한인 유권자 수는 3,500명으로 재외선거관리위원회의 예상 유권자 수 19만7,000명의 1.77%에 머물렀다.
이같은 등록 부진은 LA 만이 아니다. 해외 공관 전체 등록자는 모두 8만5,500으로 전체 예상 유권자의 3.8%에 그쳤다. 이는 멕시코 인들보다는 높지만 230만에 달하는 해외 유권자 표가 한국 선거를 좌우할 수 있다던 당초 기대와는 크게 다른 것이다.
이처럼 등록이 저조한 것은 불편한 절차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우편 투표와 등록을 허용하는 멕시코와는 달리 한국은 반드시 한국 영사관에 와 등록을 하고 다시 또 영사관에 와 투표를 해야 한다. 애리조나나 네바다 등 타주는 물론이고 LA 영사관과 좀 멀리 떨어진 샌디에고나 베이커스필드에 사는 사람만 해도 투표를 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한국보다 인터넷이 훨씬 덜 발달된 미국만 해도 이메일로 투표용지를 다운받아 해외에서 투표하는 것이 가능하다. 멕시코와 미국이 허용하고 있는 해외 거주자의 우편투표를 한국 정치권은 끝내 거부했다. 이것이 실현되지 않는 한 해외 한인 참정권은 빛 좋은 개살구로 남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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