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흑 갈등’은 우리에게 뼈아픈 용어다. 20년 전 LA 한인사회는 그 배경과 의미도 정확히 파악 못한 상태에서 이 용어가 불 지핀 엄청난 재난의 피해자가 되었었다. 1992년 로드니 킹 재판을 둘러싼 인종차별 항의로 시작된 4.29 폭동은 수 십 년 밤낮 없는 중노동으로 일군 한인들의 삶터를 하루아침에 잿더미로 바꾸었다.
뿌리 깊은 흑-백 갈등을 한-흑 갈등으로 바꾼 촉매제는 한인 업주와 흑인 고객 간의 마찰이었다. 저소득층 흑인 밀집지역 사우스센트럴 LA, 늘 강도와 절도에 시달리는 한인 업주, ‘손님은 왕’이라는 대우는커녕 업주의 인종 편견과 무례에 분노한다는 주민들의 불만, 심심찮게 벌어지는 불매시위…관계가 단절된 채 쌓인 갈등이 한인이민사 최대 비극의 불씨를 제공했었다.
최근 발생한 달라스 흑인 밀집지역 한인 주유소 ‘한-흑 갈등’ 사태에서 그 정황의 유사성을 보면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타 업소보다 비싼 개스값과 데빗카드 소액 사용제한에 항의하는 고객과 업주의 입씨름에서 사태는 비롯되었다. 언쟁이 고조되면서 “아프리카로 돌아가라”는 ‘인종차별적’ 발언이 튀어나왔고 급기야는 피켓시위와 불매운동으로 전개되었다.
업주와 고객 간의 일상적 마찰이 자칫 심각한 인종 갈등으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는 이면에는 이해단체들의 계산된 도발이나 언론의 무책임한 과장보도의 책임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앞으로도 이 같은 사태 발생 시 계산된 도발이나 과장보도는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이해그룹과 언론의 속성이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한-흑 갈등 재발을 막기 위한 근본적 대책이다.
첫째는 단체를 통한 창구 마련이다. 달라스 사태도 흑인단체와 협조하며 해결책을 모색하는 한인단체들의 발 빠른 대처로 진정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다행이다.
둘째는 업주 개개인에 대한 계몽이다. 타민족과의 공존은 미국생활의 전제조건이며 편견을 버리는 것은 4.29 폭동을 통해 한인업주들이 절감한 생존비결인데도 그 실천이 아직도 쉽지 않은 게 우리의 현실이다. “아프리카로 돌아가라”는 말이 실수로라도 나오지 않도록 머릿속에서 그런 개념 자체를 아예 지우는 것이 미국에서 살아가는 기본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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