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4월29일은 한인사회에 깊은 상처를 안겨준 4.29 폭동이 발생한지 20년이 되는 날이다. 폭동 20주년을 앞두고 한인사회 일각에서 이를 기념하고 재조명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하지만 기념사업들이 구심점 없이 중구난방으로 추진되고 있는데다 한인사회 전반의 관심마저 너무 미미한 상태다. 이러다간 제대로 된 기념사업 하나 없이 20주년이 지나갈지 모른다는 우려마저 일고 있다.
4.29 폭동은 한인 이민사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경험이었다. 수많은 한인들이 약탈과 폭력 에 의해 생업의 터전을 잃었으며 약소민족으로서의 설움을 뼈저리게 느꼈다. 폭동은 한인들의 삶을 폭동 전과 후로 나누어 놓을 만큼 한인사회에 거대한 충격과 영향을 미친 역사적 사건이었다.
그러나 지난 20년 동안 한인사회는 4.29와 관련해 철저하게 무관심과 외면으로 일관해 왔다. 피해자들은 대부분 “더 이상 당시의 고통을 되새기고 싶지 않다”며 고개를 돌린다. 또 일부 단체들이 추진하고 있는 몇몇 사업에 대한 한인들의 관심과 지원은 부끄러울 정도다. 2세들이 진행하고 있는 폭동관련 자료 영문화 프로젝트의 경우 예산이 없어 전혀 진척이 되지 않고 있다. 이런 무관심의 결과로 한인사회에는 폭동과 관련해 변변한 자료조차 없는 상황이다.
폭동기념과 재조명은 개별 단체나 개인이 아니라 범 커뮤니티 차원에서 추진돼야 할 사업이다. 재원을 한데 모으고 자료수집 또한 일원화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대표를 자처하는 일부 단체들은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한 채 방관하고 있으며 그런 가운데 폭동의 기억은 나날이 희미해져 가고 있다.
아픈 과거를 기억하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고통스럽더라도 그것을 응시할 수 있을 때 치유는 시작되는 것이며 똑같은 비극을 되풀이 하지 않는 지혜를 얻을 수 있다. 유대인들이 기념관과 박물관을 만들어 아픈 과거를 되새기는 이유다. 한인사회도 이제는 ‘피해의식’을 떨쳐버리고 이런 ‘역사의식’을 가져야 한다. 폭동 20주년은 그 첫발걸음을 내딛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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