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가게는 한 때 한인업종 중 가장 수익률이 높은 비즈니스의 하나였다. 큰 자본도, 특별한 기술도 필요 없이 한국 연속극만 갖다 놓으면 사람들이 수십 개씩 줄지어 빌려가는 바람에 그야말로 가만히 앉아서 떼돈을 벌었다. 90년대 인기 사극과 드라마가 쏟아져 나오자 한인들은 밤을 새가며 비디오를 봤다. ‘비디오 폐인’이란 말이 나온 것도 이 때다.
다 지나간 이야기다. 이제는 장사가 제대로 되는 가게가 거의 없다. 젊은이들은 말할 것도 없고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손주들의 도움을 받아 모든 한국 드라마와 뉴스, 영화를 다운로드 받아 무료로 본다. 며칠씩 기다릴 필요도 없고 돌려주러 가게에 갈 필요도 없다.
그러나 이는 거의 불법이다. 무료 사이트는 물론이고 돈을 내는 곳도 정식으로 드라마 판권이 있는 제작사로부터 사온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사이트들 때문에 비디오 가게는 사라지고 판권 소유주들은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한 채 지적 재산을 도난당하고 있다.
이는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세계 제1의 경쟁력과 시장을 갖고 있는 미국 연예계는 더 큰 손해를 보고 있다. DVD마다 ‘불법 카피와 다운로드는 절도’라는 광고를 내보내고 있지만 ‘공짜로 영화 좀 보는 것이 뭐 그리 대수냐’는 분위기 때문에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참다 못 한 연예 업계는 마침내 로비스트를 동원해 검색 사이트로 하여금 불법 다운로드와 해적판과 관련된 해외 웹사이트에 접속하거나 이들에게 크레딧 카드로 대금을 결제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법안(온라인 해적질 금지안(Stop Online Piracy Act)과 지적 재산권 보호안(Protect Intellectual Property Act))을 추진, 성사되는듯 싶었다.
그러나 인터넷 백과사전인 와이키피디어와 크레이그리스트 등은 이 법안이 인터넷 언론 자유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며 사상 초유의 인터넷 파업을 선언했다. 지적 재산권은 보호되어야 하지만 그 책임을 웹사이트 운영자에게 돌리는 것은 잘못이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매일 2,500만명이 접속하는 와이키피디아 웹사이트는 18일 하루 동안 접속이 차단되고 대신 지역구 연방 상하원 의원들에게 이 법안 통과에 반대하는 편지 보내기 캠페인 문안이 떠올랐다. 이들 파업에 1만 개에 달하는 웹페이지가 동조, 바야흐로 실리콘 밸리와 할리웃 간에 한판 전쟁이 벌어졌다.
결과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지금까지는 실리콘 밸리가 더 여론의 지지를 받고 있는 양상이다. 뜻밖에 반대가 거세지자 연방 의회는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며 발을 빼는 모습이고 백악관도 법안 핵심 조항인 불법 다운로드 해외 웹사이트 접속 금지를 삭제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번 파업으로 불과 10여년 만에 세상을 바꿔놓고 갈수록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인터넷은 그 힘을 다시 한 번 과시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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