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한인 부모들은 ‘미국에 왔기 때문에’ 겪는 가슴 아픔 일이 하나 있다. 자녀들이 이곳 아이들과 생김새가 다르고 이름이 다르다 보니 놀림을 당하는 것이다. 중고등학생쯤 되면 상대방의 기분을 헤아려 조심하지만 유년기에는 거의 예외가 없다. 30대 초반의 한 2세 여성은 초등학교 시절 내내 놀림을 감수해야 했다고 말한다.
“아이들은 잔인해요. 무엇이든 달라 보이면 그걸 가지고 놀리지요. 뚱뚱하면 뚱뚱하다고, 키가 작으면 작다고 … 아시안들은 눈 모양 때문에 놀림을 받지요.”
아이들이 양손을 눈가에 대고 잡아당기며 놀리는 ‘째진 눈’ 부류에 속하는 민족은 중국계, 일본계, 그리고 한국계. 한인들이 별로 없는 미국의 시골 지역에서는 코리안은 따로 분류되지 않고 중국계와 일본계로 뭉뚱그려진다. 그래서 백인 아이들이 “차이니즈, 재피니즈 ∼” 노래를 부르면 한인 어린이도 양손으로 눈을 잡아당기면서 같이 합창하는 웃지 못 할 일도 벌어진다. ‘차이니즈, 재패니즈’ 아닌 자신도 그 놀림에 해당된다는 걸 나중에야 알게 되는 것이다.
다인종, 다민족 사회인 미국에서 다양성은 양면성을 갖는다. 다양한 민족·문화가 어우러져 멜팅팟이나 모자이크 혹은 샐러드 보울을 이루는 긍정적 측면이 있는 한편으로 특정 민족이나 인종을 놀리고 차별하는 부정적 측면이 상존한다.
유태인들은 종종 짜고 인색한 사람의 대명사가 되고, 폴란드 태생은 멍청하다는 놀림을 받는다. 예를 들면 “폴란드 사람이 전구를 갈아 끼우려면 몇 사람이 필요한가” 같은 조크. 정답은 세 명이다. 한 사람이 전구를 붙들고 두 사람이 양쪽에서 그를 돌려서 전구를 갈아 끼운다는 말이다. 물론 전혀 근거 없는 인종차별적 조크이다.
그런가 하면 인종이나 민족별로 비하할 때 쓰는 속어들도 많다. ‘WOP’는 이탈리아 계를 비하하는 말. 이탈리아 이민이 대거 몰려왔을 당시 서류 미비자가 많았던 것을 빗댄 말이라고 한다. 먼저 자리 잡은 민족들이 나중 이민온 민족에 대해 텃새를 부리면서 차별적 속어나 조크가 만들어지곤 했다.
인종별로 흑인, 히스패닉, 백인, 아시안을 각각 비하하는 속어들 역시 다양하다. 한인들은 누군가 옆에서 ‘GOOK’이라는 말을 쓴다면 필시 기분 나빠해야 할 것이다. 이 역시 아시안을 비하하는 말이다. 필리핀 주둔 미군들이 필리핀 사람 등 동남아시아인들을 멸시하며 쓰던 말이 이제는 극동아시아인, 특히 한인들을 지칭하기도 한다.
사적인 자리에서 이따금 인종차별적 조크를 하며 낄낄 거리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미국의 한 단면이다. 하지만 공적인 자리에서는 절대로 그런 표현들을 써서는 안 되는 것이 중요한 에티켓이자 규범이다.
파파존스 피자집에서 한인여성을 ‘눈 째진 여자’라고 기록해 한바탕 시끄러웠다. 지난 6일 뉴욕에 사는 20대 여성 조민희씨는 피자를 주문하고 나중에 영수증을 보다가 깜짝 놀랐다. 고객 이름 난에 황당한 말이 적혀 있는 것이었다. 조씨는 영수증을 사진 찍어 트위터에 올렸고, 미 전국 미디어에 보도 되면서 파파존스 측은 해당 직원을 해고했다.
한인들은 이번 사건에 대해 분개만 할 것이 아니다. 타산지석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무의식적으로 인종차별적 표현을 쓰는 한인들이 적지 않다. 식당, 마켓 등 타인종이 많이 찾는 업소들은 특히 종업원 교육을 철저히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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