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과 포르노의 차이를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모두가 읽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정작 읽은 사람은 얼마 되지 않는다. 그게 클래식이라고 한다. 모두가 본 적이 없다는 식으로 잡아뗀다. 그러나 안 본 사람은 거의 없다. 그게 포르노라고 한다.
돈 봉투, 촌지라는 것도 그렇다. 준 일도, 받은 일도 없는 양 시치미를 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가 못하다. 아마도 그 반대가 진실에 가까울 것이다. 그것이 한국사회의 관행이고, 하나의 문화현상으로까지 자리 잡고 있다.
YS 정권 초기 때다. 최초의 문민정부란 자부심과 함께 정권주도세력은 개혁, 개혁을 부르짖었다. 태스크 포스가 형성됐다. 국민의 의식을 뒤바꿀 정도로 개혁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그 멤버였던 한 사람의 증언은 그런데 이랬다. “두메산골에서 사는 사람이나 빼고 중학교 정도만 나오고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도 촌지를 안 받아본 경우가 없는 게 현실이다. 그러니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난감 했다.”
그 YS 정권은 결국 ‘현철비리’로 식물정권이 되고 IMF직격탄을 맞고 주저앉는다.
“돈 돌아가는 것 보고 진작 감을 잡았다.” DJ 정권이 탄생한 제 15대 대선 현장을 뛰었던 한 미주출신 정치인의 말이다.
선거 때면 돈이 풀리고 항상 여당 측이 자금이 풍부했던 것이 한국정치의 공식이었다. “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야당 측 실탄(돈)지급이 몇 배나 됐다. 그래서 선거에 지는 구나 직감을 했다.” 계속된 그의 말이다.
때 아닌 돈 봉투 구설수로 한국의 정치판이 난리를 겪고 있다. 한나라당의 고승덕 의원이 박희태 국회의장이 2008년 7월 한나라당 전당대회 직전 300만원이 든 봉투를 보냈었다고 폭로한 것이 발단이 됐다.
그렇지 않아도 곤경을 겪고 있다. 그런 마당에 튀어 나온 폭로다. 결국 한나라당은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그 모양새가 그런데 그렇다. 모두 같은 증세에 중독돼 있다. 그런데 요행히도 구설수에 오르지 않은 사람들은 자신만은 결백한 정치인인 양 돌을 던지는 것 같아서다.
야당의 모습도 가관이다. 야당의원들로부터도 돈 봉투 고백이 나왔다. 그런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묵묵부답인 채 한나라당만 ‘만사돈통 전당’이라고 공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인들의 그 이중성 행태는 그렇다고 치고, 무엇이 돈 봉투 정치문화를 불식시키지 못하고 있을까. 고비용 정치에, 인사권과 공천권이 당 대표 등에게 지나치게 편중된 정당구조 때문이 다. 그러니 그 막강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인사불성 상태에서 돈 봉투를 뿌리는 것이다.
먼저 정치력을 회복시켜야 한다. 그래서 관행이 되다 시피 한 돈 봉투 문화를 ‘정치라는 틀’을 통해 슬기롭게 극복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누구나 할 것 없는 고해성사가 아닐까. ‘포르노 수준의 정치’가 지긋지긋 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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