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12월17일. 튀니지 수도 튀니스 남쪽에 있는 시디 부 지드. 한 26세의 남성, 모하멧 부아지지가 분신자살을 시도했다. 거리에서 행상을 하던 그는 경찰에 손찌검을 당했다. 과일도 몰수됐다. 이에 항의한 격렬한 몸부림이었다. 2011년1월4일 부아지지는 결국 숨지고 만다.
그 광경이 페이스 북을 타고 전해지면서 일파만파(一波萬波) 시위가 전 세계로 번져나갔다. 그 시위사태의 근본 원인은 그러면 어디서 찾아질까. 민주주의의 고매한 이상일까. 그럴 수도 있다. 부분적으로는. 그러나 그보다는 부정부패에 대한 증오가 더 정확한 답이 아닐까.
10억 달러다. 아니 훨씬 더 많아 1000억 달러는 될 것이다. 튀니스, 카이로, 트리폴리 등지의 가난한 아랍 상인들이 모여 앉으면 중얼대던 말들이다. 수 십 년 철권통치를 해오면서 돈을 빼돌린 추악한 독재자들의 부정부패에 대한 온갖 추측이 이런 식으로 나돌았었던 것이다.
그런 정황에서 한 가난한 청년의 분신자살이 시위의 불을 붙인 것이다. 마침 몰아닥친 경기불황과 함께.
비슷한 중얼거림이 진작부터 들려왔다. “장가(장쩌민 일족), 리가(리펑 일족) 후가(후진타오 일족) 원가(원자바오 일족) 이 4대 세족의 총자산만 해도 천문학적 수치에 이른다. 500 세족이 중국 경제를 모두 장악하고 있다.”
권력을 독점했다. 부(富)도 거머쥐었다. 그 공산당 권력귀족의 부패상에 대한 중얼거림이다. 그 권력귀족의 2세, 태자당(太子黨)을 둘러싼 이야기는 화려하다 못해 엽기적이기까지 하다.
15세 소년이 BMW를 몰고 가다가 사고를 냈다. 그런데도 오히려 큰 소리를 친다. 군고위장성인 아버지의 ‘빽’을 믿고서다. 아버지는 사천성의 당서기로 청빈 관리의 전형인 양 비쳐지고 있다. 그의 20여세 난 아들은 천연스럽게 페라리를 몰고 베이징 거리를 누비고 다닌다. 한 공산당 고위간부 자제가 호주의 해변가에 있는 호화 맨션을 3000여 만 달러에 사들였다.”
그 대척점에서 들여오는 이야기는 비참하다 못해 섬뜩하기까지 하다. 실업자가 양산돼 3억을 넘었다. ‘묻지마’ 살인사건이 빈발하고 있다. 근로자들의 자살이 잇달고 있다. 거기다가 대대로 살아오던 곳에서 쫓겨나 유랑하는 농민만 수천만이란 이야기도 겹쳐진다.
뭐랄까, 광기가 극에 달했다고 할까. 부패가 만연한 가운데 한족에서는 사치에 여념이 없다. 다른 한 쪽에서는 출구를 찾지 못한 불만이 곳곳에서 곪아 터지고 있다. 중국 사회가 거대한 모순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 가운데 주목할 사태가 벌어졌다. 우칸(烏坎)사태다. 우칸은 광동성에 있는 인구 2만 미만의 작은 어촌이다. 지방당국이 토지개발업자와 결탁해 농민들의 땅을 팔아넘겼다.
견디다 못해 농민들이 들고 일어났다. 대표를 뽑아 당국과 협상을 벌였다. 그러나 농민대표들은 모두 붙잡혀갔고 그 중 한 명은 경찰 가혹행위로 숨졌다. 격분한 주민은 하나가 돼 실력행사에 나서 공산당과 경찰을 쫓아냈다.
그렇게 대치한 기간이 4개월이었다. 그러던 중 왕양 광동성 당서기가 유화책을 제시했다. 부패한 지방 공산당원을 처벌하고 땅 판매를 무효화해 농민에게 돌려주기로 한 것이다.
왜 유화책인가. 다가오고 있는 공산당 권력승계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왕양은 차기 중국공산당 정치국 9인 상무위원직을 노리고 있다. 그런 마당에 우칸사태가 대규모 유혈사태로 끝날 경우 득이 될 것이 없다는 판단과 함께 유화책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우칸사태는 그러면 그것으로 끝난 것인가. 아니면 이제 시작에 불과한 것인가.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이 많은 중국관측통들의 하나같은 지적이다.
“중국경제는 비관적이다.” 블룸버그 통신이 세계 각지의 투자자와 애널리스트 11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다. 이번 조사 결과 특이한 점은 조사대상자의 60%가 5년 내 중국이 금융위기에 몰릴 것으로 예측한 점이다.
하여튼 중국경제의 불안요소는 하나 둘이 아니다. 때문에 중국경제 성장의 감속은 필연으로 보면서 ‘심각한 사회 불안정 요소’가 출현할 것으로 내다 본 것이다.
중국 내부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더 심각하다. 끝을 모를 부정부패에 극심한 양극화 현상을 보이고 있는 중국 사회는 이미 한계점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권력 귀족이 주도하고 있는 중국 경제는 부패 권력을 축으로 권력과 돈이 순환하는 체제다. 이 경제 형태의 특징은 국가와 국민의 재산이 아주 빠르게 극소수에 집중되는 것이다.” 이 같은 지적과 함께 마침 찾아온 불경기로 양극화 현상은 더욱 심화돼 한계점을 향해 가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그 타이밍은 그러면 언제가 될까. 오는 10월 제18차 중국공산당 전국대표회의가 열리는 시점이 중국 사회의 모순이 일순간에 폭발하는 타이밍으로, 370개 도시에서 일제히 시위가 발생했던 천안문사태보다 더 대대적인 민중소요사태가 발생할 것이라는 게 일부의 관측이다.
가능한 이야기인가. 그렇지 말란 법도 없다. 도저히 무너질 것 같지 않다. 그런 체제도 부정부패에 분노한 민초들의 동시다발적 시위 앞에 붕괴된 것이 2011년의 교훈이기 때문이다.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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