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아이오와 코커스가 열리면서 2012년 미국에서 가장 중요한 대장정이 시작되었다. 차기 대통령을 뽑는 멀고도 험난한 11개월의 마라톤이다.
미국에서 정당 별 대통령 후보를 선출하는 경선은 주에 따라 코커스(당원대회)와 프라이머리(예비선거)로 나뉜다. 예비선거는 말 그대로 선거. 유권자들은 정당별로 지지하는 후보에게 투표를 한다. 반면 코커스는 회합. 선거구별로 이웃주민들이 학교나 교회, 도서관 혹은 개인 집에 모여서 열띤 토론을 거쳐 지지 후보를 결정한다.
프라이머리가 현대적 선거 방식이라면 코커스는 옛날 방식. 투표 전 과정을 기계로 신속하게 처리하는 테크놀로지가 없던 시절의 유물로 건국 초기까지로 그 역사가 거슬러 올라가는 오랜 전통이다.
초기 코커스의 광경을 묘사한 기록 중의 하나는 존 아담스의 일기. 미국 건국의 아버지였던 아담스는 담배 연기 자욱한 방에서 정계 인사이더들이 비밀 회합을 갖고 후보를 고르던 분위기를 일기장에 자세히 묘사했다. 말하자면 밀실정치였다.
‘밀실’이다 보니 민심보다는 정계 보스들의 입김에 따라 후보가 정해지기 마련. 19세기 중반부터 후보 지명 절차가 너무 폐쇄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되었지만 코커스는 20세기 중반까지 계속되었다.
코커스 시스템이 결정적 장벽에 부딪친 것은 1968년이다. 그해 민주당 경선에서 유진 맥카시 상원의원이 승리를 거두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정당대회에서는 당 지도부가 휴버트 험프리를 후보로 지명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험프리는 본 선거에서 공화당의 리처드 닉슨에게 패배했다.
전국의 당원들의 선택과는 무관하게 당 지도부가 후보를 바꿔치기 하는 일이 벌어지자 코커스에 대한 반발이 거세지고 대부분 주들은 경선방식을 예비선거로 바꾸었다. 반면 아이오와 같은 주는 코커스를 고수하는 데, 정말로 정치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모여 토론을 거치는 과정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보통 하루 종일, 밤늦도록 계속 되니 웬만큼 정치에 열성이 아니고는 참여조차 못한다.
그래서 후보들은 이들 열성분자의 마음을 잡기 위해 코커스 몇주 전부터 아이오와에 진을 치는 데, 그렇기 때문에 종종 아이오와의 표심은 다른 주 일반 유권자들의 표심과 다른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4년 전 아이오와 코커스에서는 혜성과 같이 등장한 공화당 후보가 있었다. 마이크 허커비였다. 지금은 기억도 아득한 허커비는 당시 34.4%의 지지를 차지, 2위와 3위인 미트 롬니(25.2%), 프레드 톰슨(13.4%)을 크게 따돌렸다. 하지만 정작 공화당 후보로 본 선거에 나선 인물은 존 매케인이었다.
지난 1988년에는 밥 도울이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승리한 후 대권의 꿈을 키웠다. 조지 부시 당시 부통령을 크게 앞질렀지만 정작 그해 공화당 후보는 (아버지) 부시였다. 한편 아들 부시의 경우는 아이오와 승리가 후보 경선 승리로 이어졌다. 지난 2000년 부시는 아이오와 승리의 여세를 몰아 공화당 후보지명을 따내고 본 선거에서도 승리, ‘부시 8년’을 열었다.
아이오와 코커스가 끝났다. 선거란 뚜껑을 열어보기 전까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것. 그 첫 관문을 막 통과했을 뿐이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