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는 지금까지 만들어진 재난 영화 중 으뜸이라 할만하다. 중성미자(neutrino)가 지구 내부를 가열시켜 지각이 녹고 가주를 비롯한 육지의 상당 부분이 바다 속으로 들어간다는 줄거리는 황당무계하지만 LA가 갈라지고 옐로스톤이 폭발하며 해일이 히말라야를 덮치는 특수효과는 장관이다.
‘2012’년 시나리오는 2012년 12월21일 지구가 멸망한다는 마야 달력에 근거를 두고 있다. 이 달력 신봉자들은 올 12월21일부터 지구 멸망 카운트다운에 들어갔으며 마야 유적지가 있는 유카탄 반도는 요즘 종말이 오기 전 마야문명을 봐야 한다는 관광객이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마야문명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 같은 종말론은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이라 한다. 마야인들은 수학과 천문학에 뛰어난 것으로 정평이 있으며 이에 근거해 만들어진 달력은 현대 것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다. 20진법을 쓴 마야인들은 달력도 한 달이 20일인 달이 13개 있는 촐킨 시스템과 역시 한 달이 20일인 달이 18개 있는 하브 시스템을 복합해 사용했다.
왜 1년을 260일 잡았느냐에 대해서는 인간이 임신해 태어나는 기간에 맞췄다는 설, 옥수수 등 곡물 재배기간에 맞췄다는 설 등 여러 가지가 있으나 정확한 것은 모른다. 하브 시스템을 쓸 경우 1년이 360일이 되는데 이것이 정확한 1년의 길이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던 마야인들은 마지막 달에 닷새를 더 붙여 이를 ‘와옙’이라고 불렀다. 마야인들은 이 기간 에는 이승과 저승의 경계가 모호해져 악령들이 출몰하기 쉽다고 믿었으며 따라서 집밖에 나가거나 머리를 감는 것을 삼갔다.
이외에 긴 시간을 셀 때는 ‘장기 달력’을 사용했는데 그 중의 한 단위가 우리 달력으로 395년에 해당하는 박툰이다. 마야 전설에 따르면 인류가 창조된 것은 13번째 박툰이 끝나는 때였는데 그것을 서기로 환산하면 기원 전 3114년 8월11일이 된다. 그리고 다시 사이클이 시작돼 13번째 박툰이 끝나는 날이 바로 2012년 12월21일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사이클이 끝나는 것일 뿐 세상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마야의 창조 신화를 실은 ‘포폴 부’는 4772년 10월21일에 일어날 일을 예언하고 있다. 이처럼 멀리 앞을 내다보던 마야인들이지만 그보다 훨씬 이전 스페인 사람들이 배를 타고 와 자기 문명을 멸망시킬 줄은 몰랐다.
지구 최후의 날이 언젠가는 오겠지만 그 날이 언제가 될지 아는 것은 인간의 능력밖에 있다고 봐야 한다. 종말론자들의 끈질긴 예언에도 불구하고 아직 지구는 망하지 않았고 내년도 아마 틀림없이 그럴 것이다. 쓸데없는 불안을 떨쳐 버리고 희망찬 마음으로 새해를 맞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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