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사망 이후 북한 관련 소식이 미국에서도 연일 신문지면과 TV 스크린을 메우고 있다. 한인사회뿐 아니라 일반 미국인들도 북한 사태에 꽤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 그런 한편으로 모두가 “정말 이해 안된다”고 하는 것이 있다. 북한주민들의 애끓는 애도 광경이다.
20일자 LA 타임스 1면에는 북한 여성들이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대성통곡하는 사진이 상단에 큼지막하게 실렸다. 사진 제목은 ‘평양의 여성들’. 북한에 대한 이해가 ‘김정일은 미치광이 독재자’ 정도인 미국인들의 눈에 이런 격렬한 슬픔의 표현은 일종의 충격이다.
땅바닥에 주저앉아 오열하는 할머니들, 목 놓아 엉엉 우는 여학생들, 눈물이 뺨에 철철 흐르는 청년들, ‘장군님!’을 외치며 결의를 다지는 중년남성들을 보며 한인들도 의아하기는 마찬가지다.
“저들은 정말로 저렇게 슬픈 걸까? 우는 것도 군중심리인가?” - 그들의 통곡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감정이 복합적일 것”이라고 평양 출신의 탈북자인 P(48)씨는 말한다. 남가주에 사는 그는 세가지의 가능성을 내놓았다.
첫째는 설움. “북한 사람들 못 먹고 못 입고 살고 있지요. 한도 많고 설움도 많습니다.”
뭔가 울 일이 있으면 제 설움에 겨워 더 울게 된다는 해석이다. 서러운 일 있을 때 슬픈 영화를 보면 펑펑 울면서 카타르시를 경험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둘째는 주변을 의식한 연기.“북한은 서로가 서로를 감시하는 체제입니다. (김정일 사망에) 안 울면 나중에 혼 날수도 있지요.”
보험 들듯 억지로라도 울어야 하고, 이왕이면 세상사람 모두가 알도록 요란하게 슬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일종의 생존본능이 만들어 내는 울음이다.
셋째는 진짜 절절한 슬픔.“북한은 거대한 종교집단 같지요. 김일성·김정일은 그 사회에서 신입니다.”
평생을 맹목적으로 우러르고 따르던 존재가 사망했으니 정말로 슬픔이 깊을 수 있다는 말이다. 일례로 P씨는 자신의 노모를 예로 들었다.
“TV에‘김정일 죽었다’는 뉴스가 나오자 어머니가 밤새 잠을 못 이루셨어요. 양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하시며 속상해 하시더군요.”
김정일 독재체제 하에서 그 모진 고생을 겪었는데도 남가주의 그의 노모는 마음이 심란해하고, 북한의 주민들은 오열을 하는 것을 그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한다. 평생을 공포 속에 살아서 북한 사람들의 뇌기능이 마비된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1994년 김일성 사망 때 받은 충격을 잊지 못한다.
“어떻게 그 위대한 사람이 죽을 수 있나 하고 너무도 놀랐지요. (그를) 신으로 믿었거든요. 사망을 확인한 후에야 그도 사람이었구나 싶었습니다.”
폐쇄된 사회에서 너무 오래 갇혀 살다보면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할 능력을 잃어
버린다고 그는 말한다.
“저렇게 고통 속에 사는 게 모두 김일성·김정일 부자 때문인데 그런 생각을 못해요. 독재자들이 백성들을 얼마나 바보로 만들었으면 저럴까 안타깝습니다.”
북한주민들이 눈 뜨고 귀 열고 살 날은 언제일지, 김정일 사망이 그 단초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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