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래는 한국을 대표하는 좌파 지식인의 하나다. 그는‘한강’ ‘아리랑’ 등 여러 작품을 남겼으나 그의 대표작으로는 단연‘태백산맥’이 꼽힐 것이다. 해방 직후부터 6.25까지 전라도 일대에서 벌어진 좌우의 싸움을 그린 이 작품은 상이란 상은 다 받으며 한국 사회에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끼쳤다.
몇 개만 예를 들면 ‘문학 평론가 48인이 뽑은 80년대 최고의 문제작’ ‘출판인 34인이 뽑은 이 한 권의 책 1위’ ‘대학생 필독 도서 1위’ 서울대 신입생이 뽑은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 1위’ ‘각 대학 수석 합격자 40명이 뽑은 후배에게 가장 권하고 싶은 책 1위’ ‘서울 6개 대학 도서관 문학작품 대출 1위’ 등등이다. 지금 30대 이하 한국의 젊은이들이 좌로 흐르는데 아마 이 작품만큼 큰 영향을 미친 책도 드물 것이다.
조정래의 책을 읽어보면 우파 쪽 인사들은 거의 예외 없이 기회주의적이고 부정직하고 탐욕스러우며 부패한 인물들이다. 반면 좌파 쪽 인사는 대체로 이상주의적이고 순수하며 의로운 인물로 묘사돼 있다. 그러나 그런 그도 존경의 염을 숨기지 않은 우파 인물이 있다. 바로 13일 별세한 박태준이다.
그의 소설 ‘한강’에 다른 기업인들은 모두 몹쓸 인간이지만 그만은 한국 경제를 살린 주역으로 나온다. 조정래는 ‘큰 작가 조정래의 인물 이야기’라는 책에서 박태준을 생존 인물 가운데 유일하게 집어넣고“박정희 대통령이 사망할 때 1인당 1,100달러 정도이던 국민소득이 10년 후 1만 달러로 불어난 것은 포항제철과 중동에서 벌어들인 오일 달러 덕분이었다”며“박태준은 위인이라 해도 손색이 없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과연 박태준은 맨손으로 포항제철을 세운 인물이다. 지금 한국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조선, 자동차를 포함한 제조업은 ‘산업의 쌀’로 불리는 철을 포철이 생산해내지 못했다면 불가능했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한국 경제를 선진화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아 마땅하다. 등소평이“우리는 왜 박태준 같은 인물이 없느냐”고 탄식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재벌이라면 이를 가는 한국의 좌파 매체들도 그의 죽음에 관해서만은 이례적으로 큰 인물로 추켜세우며 애도의 뜻을 표했다.
그러나 한 가지 불편한 진실은 박정희가 없었다면 박태준도 없다는 사실이다. 박정희가 쿠데타를 하면서“자네는 빠지고 일이 잘못되면 내 가족을 맡아주게”라고 말했을 정도로 박정희의 그에 대한 신임은 두터웠다. 그에게 제철 사업을 맡긴 것도 박정희였고 온갖 난관을 무릅쓰고 최고의 철을 만들 수 있도록 전폭적으로 지원해준 것도 그였다.
그와 박정희의 업적은 따로 떼어내 구분할 수 없다. 어떻게 한국이 아프리카 수준의 최빈국에서 세계 10위권의 경제 강국으로 컸는지 잘 모르는 한국의 좌파와 젊은이들도 언젠가는 진실을 아는 날이 오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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