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의 동쪽 끝을 외로이 지키고 있는 섬 독도가 미국의 수도 워싱턴 골목을 누비고 있다. 게다가 그 독도가 미국인들의 입맛까지 사로잡고 있으니 궁금증은 더욱 커진다. 워싱턴 DC에서 푸드 트럭을 이용해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권기범(31) 씨를 14일 만났다.
DC 남서쪽에 위치한 랑팡 플라자. 메릴랜드 애비뉴와 7가가 만나는 지점이다. 연두색깔의 푸드 트럭은 김치(KImchi) 마크가 선명했고 곳곳에 홍보용 글귀들이 적혀 있다. 소셜 네트워크의 대명사 페이스북(facebook)과 트위터(twitter) 사인이 보이고 창구 옆에 붙어 있는 메뉴판에도 ‘김치’라는 글자와 영어로 적은 ‘Mandu(만두)’가 눈길을 끈다.
트럭 뒤편에는 한국의 ‘작은 고추 맛‘을 시험해 보라는 듯 빨간 작은 고추가 그려져 있고 매운 맛을 경고하는 의미로 불길이 활활 타오르고 있다. 권씨 사업체의 공식 이름은 ‘KImchi BBQ Taco’.
“시작한지 3주 밖에 안됐어요. 여기저기 옮겨 다니며 맛을 알리고 있죠. 지금은 점심 시간이 좀 지나 약간 발길이 뜸하지만 조금 전까지만 해도 바빴어요. 내일은 다른 곳으로 가볼까 해요.”
권 씨는 자신의 사업체 이름이 적힌 검은색 티셔츠를 입고 있다. 겨우 한 두 평 밖에 되지 않을 것 같은 작은 비즈니스지만 마케팅 전략은 매우 적극적이고 참신하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를 통해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손님들도 많아지고 있고 장소를 자주 옮기는데도 또 찾아오는 손님들도 있어 기분이 좋다. 권 씨가 간단한 점심을 찾는 손님들에게 권유하는 메뉴의 중심에는 ‘독도 버거(Burger)’가 있다. 스스로 개발한 작품이다.
“불고기를 주재료로 했고 고추장을 넣어서 매운 맛이 납니다. 슬로(slaw·잘게 썬 양배추 샐러드) 소스도 제가 개발했어요.”
독도처럼 두 개가 한 세트로 판매되는 독도 버거는 음료수 없이 8달러. 결코 싼 가격이 아닌 이유는 독도 버거는 빵이 무척 큰데다 재료를 듬뿍 넣어주기 때문이다.
굳이 왜 독도 버거라는 이름을 붙였을까?
“독도를 생각할 때마다 한국을 생각하게 돼요. 요즘 일본과의 영유권 분쟁으로 독도가 나라사랑의 상징처럼 됐잖아요? 그 이유죠.”
한국을 떠나 가족과 미국으로 온 게 초등학생 시절이던 1992년이었다. 뉴욕서 의대 예과와 지리학을 전공했다. 워싱턴에 와서는 판매업 분야에서 일하다 우연한 기회에 푸드 트럭 비즈니스를 알게 됐고 흥미가 느껴져 뛰어들었다. 물론 부모님은 처음에 탐탁치않게 여겼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아들의 사업을 열심히 도와주고 있다.
미국에 온지 20년이 됐어도 권 씨는 한국이 전혀 잊혀지지 않았고 늘 그리움의 대상이었다. 한국을 떠올리면 가슴이 뭉클했다. 독도 문제로 이웃나라와 시끄러울 때마다 함께 분개했다.
늘 그런 마음을 품고 있던 그가 자신의 사업을 시작하면서 행동으로 옮긴 첫 나라사랑 프로젝트가 ‘독도 버거’다.
“손님들에게 왜 이름이 독도버거인지 얘기해주면 알아들어요. 바쁠 때는 그런 설명을 할 틈조차 없지만 가능한 노력하죠. 한국을 알리는데 음식이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것 같아요.” 이제 겨우 초등학교 1학년인 아들도 권 씨의 독도 역사 교육의 대상이다. 독도버거를 파는 일 말고도 독도수호에 도움이 되는 다른 일이 있다면 언제든 할 생각이다.
정해진 장소가 없는 권 씨의 ‘KImchi BBQ Taco’에서 독도버거를 즐기려면 페이스북(Andrew Kwon)이나 트위터(KimchiBBQ)를 이용해 위치를 먼저 확인하면 된다.
<이병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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