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건국의 아버지 중 벤자민 프랭클린은 자기관리가 철저했던 인물이다. 1726년, 20살에 13가지 덕목을 정한 후 평생을 지켰다고 한다.
절제, 침묵, 질서, 결단, 검약, 성실, 겸손, 근면, 청결 등 그가 삶의 지침으로 삼았던 덕목들을 살펴보면 중심을 관통하는 맥이 있다. 모든 일에서 과도함을 피하는 것이다. 먹는 것도 마시는 것도 말하는 것도 되도록 덜 하는 것을 덕으로 삼는다.
그가 덜 하기를 강조한 또 다른 것은 돈 쓰기이다. 꼭 필요한 것, 즉 자신이나 다른 이를 유익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면 절대로 돈을 쓰지 말 것을 강조한다. 낭비를 철저하게 경계했다.
근면과 절약은 프랭클린뿐 아니라 과거 미국인들의 보편적인 가치였다. 그러던 미국인들이 언제부터인가 있는 돈, 없는 돈 펑펑 쓰는 과소비의 상징이 되었다. 있는 돈만 쓰면 별 문제가 없을 텐데 없는 돈까지 끌어다 쓰다 보니 터진 것이 지난 2008년의 금융위기라고 할 수 있다. 돈도 없는 사람들이 집을 사려들고, 갚을 능력도 없는 그들에게 은행은 돈을 빌려주면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터졌다.
저축은 없고 씀씀이는 큰 밑 빠진 독 - 프린스턴의 셸던 가론 교수가 지적하는 미국인들의 경제적 자화상이다. 가론 교수는 최근 펴낸 저서 ‘분수에 넘치게 : 세계는 저축하는 데 왜 미국은 지출하나’에서 미국인들의 씀씀이는 세계 어느 나라 국민들도 따라가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수입에 비한 소비에서 영국인은 미국인의 85%, 독일이나 프랑스 등 국민은 잘해야 70% 수준이라는 것이다.
그의 관찰로 미국인들의 지출이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였다.
크레딧 카드 업계에 대한 정부 규제가 철폐되면서 금융기관들이 미국인들의 주머니에 ‘플래스틱 머니’를 마구 집어넣어준 시점이다. 돈을 모아서 물건을 사던 전통적 소비패턴이 물건부터 사고 돈은 나중에 갚는 패턴으로 바뀐 것이다.
미국에서 크레딧 카드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14년이었다. 웨스턴 유니언이 우대 고객들을 대상으로 카드를 제공했다. 당시의 카드는 금속으로 만들어져서 ‘메탈 머니’라고 불렸다. 현금 없이 물건을 구입할 수 있는 신기한 카드는 곧 일반 대중의 선망의 대상이 되고, 이후 석유회사, 전화회사, 철도회사, 항공사 등이 신용 카드를 만들었다.
‘구매는 지금, 대금은 나중에’라는 신용 시스템이 도입된 것이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카드는 아무데서나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카드를 발급한 회사 상품 매입 시에만 쓸 수 있었다.
요즘 같은 ‘플래스틱 머니’를 처음 선보인 것은 1950년대 다이너스 클럽과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1951년 다이너스 클럽은 200명의 고객을 엄선해 첫 크레딧 카드를 발급했다. 이들은 뉴욕의 27개 식당에서 카드를 쓰는 ‘특권’을 누렸다. 이런 ‘특권’이 80년대 이후 홍수를 이루면서 과소비 시대가 되었다.
불경기에 소비자들이 지출을 너무 줄여 경제가 살아나지 않는다는 지적들이 있다. 돈 있는 사람들이 돈을 써야 돈이 도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아무리 소비가 경제를 살린다 해도 없는 돈을 쓸 수는 없다. ‘밑 빠진 독’을 면하고 나야 경제 살리기도 있다. 꺼진 불도 다시 봐야 하듯, 서민들은 카드 긁을 때마다 다시 한번 생각하는 버릇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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