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속담에 ‘낙타의 등뼈를 부러뜨린 지푸라기’라는 것이 있다. 낙타의 등뼈는 튼튼하다. 웬만한 짐은 거뜬히 질 수 있다. 그러나 무쇠 같은 낙타의 등뼈에도 한계는 있게 마련이다. 그 한계를 넘는 순간 가볍디가벼운 지푸라기 하나도 등뼈를 부러뜨릴 수 있다.
지금 이 속담을 되새기고 있을 법한 사람이 있다. 한 때 공화당 대선 후보 선두주자였던 허먼 케인이다. 피자 체인 경영자에서 일약 공화당의 스타로 떠오른 그는 얼마 전 4명의 여성이 그에게 성희롱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나왔을 때 이들의 주장이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오리 발을 내밀었다. 성희롱은 원래 두 사람만이 실상을 아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누구 말이 맞는지는 가려내기 어렵다. 4명이나 서로 관계없는 여성이 동시다발적으로 나왔다는 점에서 케인이 불리한 것은 사실이지만 끝까지 잡아떼면 증거가 없는 마당에 여성들 말만 가지고 유죄 평결을 내릴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런 와중에 이번에는 애틀란타에 있는 한 여성이 그와 13년 동안이나 관계를 맺어왔다고 TV 인터뷰에서 털어놨다. 진저 화이트라는 이 여성은 그가 전국 식당협회 회장으로 있을 때 비즈니스 상 만났으며 그 후 각 도시 식당과 호텔을 전전하며 부적절한 관계를 유지했다고 밝혔다. 그녀가 인터뷰에서 이같은 사실을 밝힌 것은 누군가 이 사실을 알아채고 언론에 흘렸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케인이 성희롱 당했다고 주장한 여성들을 악녀로 몰아붙이는데 반감이 일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녀 이야기가 공개되자 케인도 그녀와 관계를 맺어온 것은 부인하지 못하고 있다. 새벽 4시부터 저녁 7시까지 60차례나 그녀와 주고받은 셀폰 기록이 나와 있기 때문이다. 케인은 “그녀가 친구”이며 “재정적 도움을 줬을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를 믿어줄 사람은 많지 않아 보인다. 그도 이를 의식한 듯 “캠페인을 계속할 것인지에 관해” 재검토에 들어갔다고 밝혔는데 앞뒤가 맞지 않는 얘기다. 단순히 재정적 도움을 줬다면 재검토를 해야 할 이유가 없다.
13년 전 이 여성과 관계를 맺었을 때 먼 훗날 자신이 대선 후보군 중 선두주자가 되리라는 것은 케인 자신도 꿈조차 꾸지 못했을 것이다. 그럴 줄 알았으면 그 때 그렇게 처신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기야 케인만 나무랄 일이 아니다. 버젓이 백악관에 앉아 불륜을 저지른 클린턴부터 역시 한 때 유력 대선 주자였던 스피처 뉴욕 주지사, 에드워즈 부통령 후보, IMF 총재이자 차기 프랑스 대통령으로 꼽히던 스트로스-칸 모두 여자 문제 때문에 망신당하거나 정계를 은퇴해야 했다. 그토록 많은 전임자들이 당하는 것을 보고 똑같은 잘못을 저지르는 인간은 정말 그토록 어리석고 약한 존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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