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으로 직접 확인하십시오. 크게 놀라실 겁니다.”
오는 13일 저녁 7시30분 케네디센터 극장에서 공연을 갖는 한빛예술단의 목소리는 확신에 차있었다. 워싱턴은 창단 이후 첫 방문이라 서먹할 수도 있고 긴장이 될 만도 한데 지금까지 수백 차례 국내외 공연에서 보여준 단원들의 실력을 감안하면 염려할 이유가 없다.
공연 이틀 전인 11일 워싱턴에 도착하자마자 본사를 들른 단원들은 긴 여행의 피로감 속에서도 기대감이 얼굴에 가득했다.
‘장애와 비장애를 넘어 아름다운 공존의 세상을 만들자’는 취지로 열리는 워싱턴 공연에 참여하는 단원은 40여명. 주로 오케스트라(지휘 이재혁) 단원들로 구성돼 있다. 브라스 앙상블, 챔버 오케스트라, 타악 앙상블, 체리티 합창단, 빛소리중창단 등 2003년부터 여러 장르에 걸쳐 수많은 연주를 해온 단원들이 많은데 경비 때문에 미국 연주 규모를 제한할 수밖에 없었다.
미주 방문팀의 단장은 서울특별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의 김정중 의원이 맡았다. 한빛예술단 본부가 자신의 지역구(강북 2)에 위치한 이유만은 아니다.
“열악한 환경 가운데서 단원들의 의지와 김양수 단장 이하 지도하는 분들의 리더십으로 이런 음악을 만들어낸다는 것은 대단한 일입니다. 이번 공연이 세계 장애인에게 빛과 소금이 되고 좌절 넘어 희망을 찾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김 의원은 워싱턴 공연이 한인 음악팬들의 뜨거운 성원 속에 마무리되기를 염원하는 마음에 보태 강북구 예산 내에서 적극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재혁 지휘자는 ‘희망(Hope)’을 주제로 열리는 이번 음악회에 거는 기대는 단순한 ‘성공’이 아니다. 세계 최고의 실력을 보여줄 욕심이다. 무엇과 견주었을 때 세계 최고라는 표현이 가능한가 물었을 때 이런 답이 나왔다.
“지휘자가 비장애인 음악인들을 조련했을 나오는 음악과 비교해 손색이 없다는 의미입니다. 악보를 전부 외워서 연주해야 하는 어려움을 상상해 보십시오. 솔로로 연주할 때도 협연자들의 악보를 다 알고 있어야 합니다. 당연히 집중도와 완성도가 뛰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소리를 만들어 내는 단원들의 면면을 보면 누구 하나 자랑스럽지 않은 사람이 없다.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열리는 콩쿨에서 3위에 임상한 김지선 양(바이올린), 트럼펫 연주의 달인 윤석현 군. 이들이 지난 6월 서울서 가진 연주회는 SBS-TV 방송이 관심 있게 보도할 정도였다. 이 지휘자는 “워싱턴 공연이 서울 연주회 못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1급 시각장애인이어서 악보를 볼 수 없는 지휘자와 역시 시각장애인인 단원들이 모여서 도대체 어떻게 연습을 한다는 말인가? 열쇠는 소리다. 단원들 모두 헤드셋을 착용하고 지휘자의 지시를 듣는다. 지휘자는 또 직접 피아노 연주를 하며 화음을 만들어간다. 단원의 연령은 10대부터 40대까지 다양하다. 매년 2월 오디션을 하는데 해외에서 잘 훈련 받은 연주자들이 많이 응모하고 있다.
“오로지 소리에만 의존해야 하기 때문에 고충이 많지요. 한 곡을 소화하기 까지 엄청난 시간이 걸립니다. 그러나 핸디캡을 장점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윤석현 군은 “케네디센터에 설 수 있는 기회가 매우 감사하다”며 “열심히 연습한 것들을 다 보여주며 희망과 용기와 감동을 주는 무대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한빛예술단 음악회는 ‘One Light Foundation’이 주최하며 본보가 특별후원하며 첫 워싱턴 공연을 기념하고 음악애호가들에 감사하는 뜻에서 45달러 티켓을 25달러에 할인 판매한다.
예매처 문의 (703)941-8001 한국일보
<이병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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