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11일은 연인이나 친구들끼리 길쭉하게 생긴 빼빼로 과자를 주고받는 일명 ‘빼빼로 데이’다. 1990년대 중반 한국의 부산지역 여중생들이 ‘11’처럼 날씬한 몸매를 가지라는 뜻에서 빼빼로를 주고받은 것이 전국적으로 퍼져나갔다는 게 빼빼로 데이에 관한 유력한 정설이다. 이 여학생들은 마케팅에서 트렌드에 처음 불을 붙이는 소수의 사람들을 일컫는 말인 ‘티핑 포인트’ 역할을 한 것이다.
불과 10여전 시작된 빼빼로 데이는 이제 이 과자를 제조하는 업체는 물론 다른 업체들의 매출까지 크게 올려주는 효자 이벤트로 자리 잡았다. 특히 2011년 11월11일은 11이 세 번이나 들어가는 이른바 ‘밀레니엄 빼빼로 데이’여서 어느 때 보다도 판촉이 뜨겁다.
LA 한인사회 역시 이런 트렌드에서 비껴서 있지 않다. 한인 마켓들은 몇 년 전부터 빼빼로 데이 특수를 잡기 위한 판촉에 적극 나서고 있다. 갤러리아 마켓 잔 윤 매니저는 “5년 전부터 제과업체의 후원을 받아 빼빼로 데이 특별 판촉을 하고 있다”며 “의외로 좋은 반응을 얻자 처음에는 시큰둥하던 업체의 태도가 완전히 달라졌다”고 들려준다. 그는 최근 급증한 유학생들과 갓 이민 온 한인들의 자녀들을 중심으로 한국의 트렌드가 빠른 속도로 옮겨오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한인사회의 빼빼로 데이는 대학에 재학 중인 한인학생들을 중심으로 캠퍼스 내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지난 해 USC와 UCLA의 한인학생들이 빼빼로 데이에 관심을 보이자 제과업체는 올해부터 아예 캠퍼스 내에서 아이패드 등 사은품을 내걸고 빼빼로 데이 판촉활동을 벌이고 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한류에 힘입은 탓인지 한인학생들 뿐 아니라 타 인종 학생들까지 빼빼로 데이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빼빼로 데이는 무슨 무슨 날을 내세워 벌이는 ‘데이 마케팅’의 전형이다. 데이 마케팅의 원조는 누가 뭐래도 밸런타인스 데이다. 밸런타인스 데이의 역사적 유례는 1,5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이 날이 빼놓을 수 없는 기념일로 자리 잡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기업의 마케팅이라 봐야 한다. 일본의 제과업체인 모리나가사는 초콜릿의 판매를 위해 밸런타인스 데이의 유래를 이용한 마케팅을 펼쳤고 이것이 먹혀 1970대 들어 밸런타인스 데이는 전 세계적인 관행이 됐다.
데이 마케팅에 있어 한국을 따라갈 나라는 없다. 1년에 수십 개의 각종 데이들이 만들어져 판촉에 활용되고 있다. 사기업들의 제품을 팔기 위한 것들도 있고, 삼자가 겹친다고 해 ‘삼겹살 데이’로 만들어진 3월3일처럼 농산물이나 축산물 소비를 진작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데이도 있다. 경제가 돌아가는데 도움이 되고, 무엇보다도 재미를 안겨주니 데이 마케팅을 부정적으로만 볼 이유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날짜에 지나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조금 우스꽝스럽다. 한국의 산부인과들에는 11이 세 번 겹치는 밀레니엄 빼빼로 데이에 맞춰 아이를 이날 제왕절개로 출산하려는 임신부들의 예약이 밀리고 있다는 소식이다. 아이들에게 주민번호 111111을 주기 위해서라는데 이런 번호가 인위적으로 출생일을 갖게 된 아이의 운명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정말 믿고 있는 건지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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