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작고한 마이클 크라이튼은 TV 시리즈와 영화, 소설 부문에서 동시에 1위에 랭크된 유일한 작가다. 1994년 그는 TV극 ‘ER’과 영화 ‘주라기 공원’(Jurassic Park), 소설 ‘디스클로저’(Disclosure)를 통해 3관왕의 위업을 달성했다.
하버드 의대를 다니다 소설가로 전업한 그는 하이텍을 바탕으로 한 스릴러가 전문이지만 시대의 트렌드를 정확히 짚는데도 일가견이 있었다. 유전 공학이 뜨기 시작하던 무렵인 1990년에는 모기가 먹은 공룡 피에서 DNA를 추출해 공룡을 복원하는 것을 줄거리로 한 ‘주라기 공원’을, 일본이 한창이던 1992년에는 일본 기업의 위력을 다룬 ‘뜨는 태양’(Rising Sun), 직장에서의 성적 희롱이 막 이슈화되기 시작할 무렵인 1994년에는 여성 직장 상사의 부하 직원 성적 희롱을 주제로 한 ‘디스클로저’를 펴냈다. 이들 작품은 모두 베스트셀러 리스트에 올랐으며 그가 지금까지 판 책은 모두 1억5,000만권이 넘는다.
그가 ‘디스클로저’를 내놨을 때만 해도 직장 내 성희롱은 큰 이슈가 아니었다. 여직원 앞에서 진한 농담을 한다거나 외모에 대한 코멘트를 하는 것 정도는 대수롭지 않은 일로 넘어갔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직장마다 성희롱 예방 교육을 하고 사소한 일도 소송꺼리가 되는 세상이 됐다.
공화당 대선 주자 가운데 여론 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허만 케인이 성희롱 문제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갓파터 피자 체인의 총수였던 그가 전국 식당협회 회장으로 일하던 시절 2명의 여성이 성희롱을 당했다고 주장하자 돈을 주고 입을 막은 사실이 밝혀졌다.
이에 관해 기자들이 질문을 하자 케인은 처음에는 “그런 일은 절대 없었다”고 하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로 바꿨다 나중에는 “그런 일은 있었지만 나는 결백하다”고 주장했다. 이 여성들은 돈을 받는 대가로 이에 관해 함구하기로 해 정작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는 알 수 없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 3번째 여성이 자신도 성희롱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나오자 케인은 역시 무죄를 주장했다.
그런 와중에 4번째 여성이 기자회견을 자청하고 나섰다. 샤론 바이얼렉이라는 이 여성은 역시 그가 식당협회 회장으로 있던 1997년 그에게 일자리를 부탁하러 갔는데 그가 자신을 차에 태운 후 치마 속을 더듬고 자기 머리를 그의 사타구니 쪽으로 밀어 넣었다고 주장했다. 케인은 이번에도 역시 무죄를 주장하며 이 여성을 “거짓말쟁이”라고 불렀다.
성희롱에 관한 진실은 대체로 증인이나 증거가 없기 때문에 누구 말이 맞는지 판단하기 힘들다. 그리고 성적 스캔들에 관한 한 처음부터 이를 시인하는 정치인은 없다. 빌 클린턴도 증거물이 나오기 전까지 르윈스키와의 관계를 강력 부인했고 존 에드워즈도 혼외정사를 처음 보도한 언론을 “쓰레기”라고 불렀다.
케인 측은 이 여성들의 주장을 자신을 매장시키려는 “음모”라고 주장하지만 아무 근거 없이 4명의 여성이 케인에 앙심을 품고 성희롱 당했다고 고발했다는 것은 믿기 어렵다. 과연 케인이 이번 스캔들을 극복하고 공화당 대선 후보가 될 수 있을까. 어려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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