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적인 미국 은행 강도 중에 윌리 서튼이라는 사람이 있다. 20세기 초에 태어난 그는 80 평생 동안 무려 100군데의 은행을 털어 200만 달러를 훔쳤다. 변장의 명수였던 그는 이처럼 수많은 은행을 상대로 범죄를 저질러 생애의 절반을 감옥에서 보내야 했지만 사람은 하나도 죽이지 않았다. 사람들이 그에게 “왜 은행만 터느냐”고 묻자 그는 “그곳에 돈이 있기 때문”이라는 명언을 남겼다.
그처럼 은행을 전문으로 터는 강도도 있지만 때로는 은행이 강도짓을 하기도 한다. 얼마 전까지 대부분의 은행들은 고객들을 과도 인출 보호(overdraft protection) 프로그램에 자동으로 가입시켰다. 실수로 은행 잔고 이상 체크나 데빗 카드를 쓸 때 이를 커버해 주는 프로그램이다.
무척이나 고객을 생각해주는 것 같지만 실상을 알고 보면 노상강도나 다름없다. 한번 잔고를 초과할 때마다 35달러씩 수수료를 받기 때문이다. 잔고를 넘겨 몇 달러짜리 체크를 몇 장만 쓰면 간단히 100달러가 넘는 돈을 내야 한다.
이로 인한 소비자들의 원성이 높아지자 연방 은행 감독기관은 최근 스스로 가입한 사람에게만 이 요금을 받을 수 있게 했다. 소비자들은 일제히 환영했지만 땀 안 흘리고 쉽게 공돈을 벌던 은행들의 수입이 대폭 줄게 됐다.
그러자 생각해 낸 것이 데빗 카드 사용자에게 월 5달러의 수수료를 받자는 것이다. 보통 때 같으면 그냥 넘어갈 일을 월가 점령 시위가 한창 벌어지고 있을 때 발표한 것이 화근이었다.
이를 발표한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는 월가 탐욕의 상징이 됐고 시위대와 언론, 소비자 권익 옹호 단체가 모두 들고 일어났다. 이와 비슷한 계획을 세우고 있던 체이스 등 다른 은행들은 아예 시작조차 하지 않았고 BOA도 결국 1일 이를 포기한다고 발표했다. 월가와 소비자와의 싸움은 일단 소비자의 승리로 돌아갔다.
그러나 그렇다고 전쟁이 끝난 것은 아니다. 은행들은 불경기에다 수수료 수입 감소로 인한 손실을 만회할 재원을 끊임없이 찾고 있기 때문이다. 그 가장 손쉬운 방법이 크레딧 카드 이자나 연 회비, 체크 구좌 월 사용료를 조용히 올리는 것이다. 크레딧 카드의 경우 첫 해에는 이자율에 제한이 있지만 1년 후부터는 인상이 훨씬 자유롭다.
물론 올린다는 고지서는 보내지만 바쁜 소비자들이 일일이 이를 확인하기는 쉽지 않다. 확인하더라도 요금을 살짝 올리는 것은 새로운 요금을 부과하는 것보다 저항이 적다. 다른 은행들이 함께 올릴 때는 더욱 그렇다. 더군다나 요즘은 많은 고객들이 인터넷으로 각종 요금을 내는 ‘빌 페이’를 이용하고 있는데 이 또한 은행을 옮기는 것을 어렵게 한다. 수많은 지불 리스트를 새로 작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고객들로부터 한 푼이라도 더 뜯어내려는 은행과 이에 저항하는 소비자들의 전쟁은 앞으로도 끝없이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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