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경기는 개인기록 종목을 제외하면 두 가지로 나뉜 다. 하나는 시간을 정해놓고 벌이는 경기다. 축구와 농구 같은 종목이다. 다른 하나는 공격과 수비를 번갈아 가며 벌이는 경 기다. 야구가 대표적이다.
시간을 정해 놓고 벌이는 종목에서는 막판 대역전극이 대단 히 힘들다. 아무리 힘을 써도 경기 종료가 촉박한 상황에서 큰 점수 차이를 뒤집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하지만 야구는 시간 에 구애받지 않는다. 크게 뒤지고 있어도 마지막 순간에 이를 뒤집는 경우가 다른 스포츠들에 비해 많다. 그래서 흔히 야구 는 9회 말 투아웃부터라고들 한다.
올 메이저리그는 막판뒤집기의 시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 니다. 9월이 시작될 때만 해도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이 거 의 없어 보였던 아메리칸 리그 탬파베이 레이스와 내셔널 리 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가 대역전극을 펼치며 나란히 와일 드카드 티켓을 거머쥐었다.
레이스가 9월7일 텍사스에 패한 후 수학자들은 이 팀이 플 레이오프에 나갈 가능성을 0.13%로 봤다. 한마디로 나갈 가능 성이 전무하다는 얘기와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레이스는 앞서 가던 보스턴 레드삭스가 휘청거리는 사이 투혼을 발휘하며 연 승을 달렸다. 특히 시즌 맨 마지막 경기에서 6점차로 뒤지다 8 회와 9회에 동점을 만들고 연장전에서 승리해 포스트시즌 진 출권을 따내는 드라마를 연출했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도 비슷한 과정을 거쳤다. 이 팀은 올 시즌 주포 앨버트 푸홀스가 부상으로 장기 결장하는 등 내우 외환이 끊이지 않았다. 9월 들어설 때 애틀란타 브레이브스에 무려 10게임이나 뒤져 있었다. 그러나 레이스가 그랬듯 맨 마 지막 경기서 순위를 뒤집고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극적인 턱 걸이로 포스트시즌에 나선 카디널스는 끈끈한 응집력을 바탕 으로 우승후보였던 필라델피아와 밀워키를 차례로 꺾으며 월 드시리즈까지 올랐다. 정규시즌 성적이 90승72패에 불과한 팀 이 월드챔피언을 눈앞에 두고 있는 것이다.
전설적 포수인 요기 베라는 지금도 자주 회자되는“ 끝날 때 까지는 끝난 것이 아니다” (It ain‘t over till it’ s over)라는 명언 을 남겼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땀을 흘리면 대역전이 가능 하다는 희망의 메시지다. 하지만 실력이 있고, 또 노력을 한다고 해서 항상 원하는 결과 를 얻을 수 없는 것이 야구다. 야구에는 행운이 많이 작용한다. 잘 맞은 타구가 잡히기도 하고 빗맞은 것이 안타가 되기도 한다. 열 심히 해도 마음대로 안 되는 부분이 너무 많은 경기가 야구다.
대역전극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투혼에다 얼마간의 행운 이 따라줘야 하는 결과물이다. 내가 실력을 갖추고 열심히 노 력하는 것은 성공을 위한 필요조건이다. 여기에 약간의 행운이 라는 충분조건이 따라 줄때 성공은 비로소 내 것이 된다. 그런 점에서 야구는 인생을 꼭 닮아 있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텍사스 레인저스 간의‘ 가을 클래식’ 월드시리즈가 시작됐다. 시즌 내내 선두를 지키고 플레이오프에 서도 막강 화력을 터뜨리며 파죽지세로 월드시리즈까지 질주해 온 레인저스와, 절망적 상황에서 기사회생한 ‘근성과 행운의 팀’ 카디널스의 대결은 여러모로 흥미를 더해준다. 인생을 떠올리며 월드시리즈를 본다면 재미가 조금은 더 있지 않을까 싶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