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리드 헤이스팅스는 영화 ‘아폴로 13’을 비디오 가게에서 빌렸다. 그러나 반납일을 지키지 못 해 비싼 과태료를 물게 됐다. 당시 비디오 가게의 주 수입원은 대여료가 아니라 과태료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바쁘게 하루하루를 살다 보면 제 날짜에 딱딱 맞춰 비디오를 되돌려 주기가 쉽지 않았고 이 때 물어야 하는 과태료는 비디오 가게 입장에서 보면 공돈이나 마찬가지였다.
때 마침 그 때 무겁고 부피가 큰 VHS 테입 대신 DVD가 등장해 인기를 끌고 있었다. 그는 가게가 아니라 우편으로 DVD를 대여하면 장사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다음 해 우편 비디오 렌트 비즈니스를 차렸다. 그리고는 얼마 후 개당 렌트비를 받는 대신 월 일정액을 받는 시스템으로 바꾸고 과태료를 없앴다.
그의 이런 비즈니스 모델은 귀찮게 비디오를 돌려주려 가게에 가야하고 툭 하면 과태료를 물어야 하는 기존 비디오 가게에 지친 고객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2000년대 들어 성장에 성장을 거듭한 이 회사는 2009년 고객 수 1,000만을 돌파하더니 2011년에는 2,300만이 넘어섰다.
첨단 기술의 발전에 발맞춰 집에서 인터넷으로 바로 영화를 스트리밍해 볼 수 있는 서비스까지 무료로 제공하자 고객들의 반응은 열광적이었다. 2002년 상장 당시 15달러이던 주가는 지난 7월에는 300달러를 기록했다. 우량 주식의 상징인 S&P 500대 기업에도 뽑혔다. 고객과 투자가 모두가 행복했고 넷플릭스의 미래는 한없이 밝은 것 같았다.
그러나 그것이 정점이었다. 고객이 주체할 수 없이 몰려들자 넷플릭스는 일방적으로 가격을 올렸다. 거기다 최근에는 DVD 렌트 회사와 비디오 스트리밍 회사 둘로 나눠 DVD 렌트 회사에는 ‘퀵스터’(Qwikster)라는 이상한 이름을 붙이고 따로 따로 접속하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고객들의 의견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분노한 고객들은 줄을 지어 넷플릭스를 떠나기 시작했고 주가는 두 달 만에 60%가 폭락, 현재 120달러 선을 맴돌고 있다.
넷플릭스가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고객들이 뭘 원하는지를 먼저 파악하고 이를 만족시켰기 때문이다. 넷플릭스 때문에 결국 파산한 미 최대 비디오 렌트 체인 블록버스터도 한 때는 미 전국에 4,000개의 점포를 갖고 있었다(지금은 500개). 블록마다 고객이 주로 찾는 비디오가 어떤 것인지 철저히 조사해 맞춤형 영화를 진열해 놓은 것이 성공의 비결이었다.
그런 회사도 시장의 변화와 고객의 심리를 잘못 읽으면 망한다는 것을 몸소 보여줬는데 넷플릭스는 비슷한 잘못을 되풀이하려 하고 있다. 넷플릭스가 급속히 큰 이유의 하나는 최근까지 비디오 스트리밍 비즈니스가 사실상 독점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아마존, 애플 같은 대기업들이 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최근까지 넷플릭스에게 싸게 영화를 제공하던 영화 제작사들도 요금을 올리고 있다. 과연 넷플릭스가 역경을 극복하고 예전의 영화를 되찾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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