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나 미국이나 보궐 선거는 단지 지역구 대표를 뽑는 것을 넘어 민심의 향방을 재는 풍향계 역할을 한다. 2년마다 치러지는 중간 선거, 4년마다 치러지는 대선이 있기는 하지만 그 사이 기간이 너무 길다. 수시로 여론 조사도 하지만 이 또한 조사 기관마다 편차가 있어 100% 신뢰하기 어렵다. 그러나 보궐 선거 결과에 나타난 민심은 적당히 얼버무리기 힘들다.
13일 뉴욕과 네바다에서 연방 하원 의원 선거가 치러졌다. 트위터를 통해 자신의 야한 사진을 보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사퇴한 앤소니 위너(민) 지역구와 정부의 가족에게 부적절한 돈을 줬다 물러난 존 인사인(공) 지역구 대표를 뽑기 위한 이날 선거는 모두 공화당의 승리로 돌아갔다. 네바다에서의 승리는 원래 공화당 강세 지역으로 공화당 의원 자리를 다시 공화당이 채웠으니 놀랄 일이 아니다.
그러나 뉴욕의 위너 의원 자리는 골수 민주당 지역으로 1920년 이후 한 번도 공화당 후보가 이겨본 적이 없다. 더구나 유대인이 다수 거주하는 이 지역에 정치 명문가 출신 유대인이 민주당 후보로 나왔는데도 정치 초년병인 가톨릭 은퇴 언론인한테 참패했다. 물론 민주당 후보는 동성애자 결혼 합법화 안에 찬성표를 던져 보수파 유대인들의 반발을 샀고 팔레스타인 독립 국가를 지지하는 오바마 노선이 부정적으로 작용한 것도 사실이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지역 경제에 대한 주민들의 분노였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스스로를 골수 민주당원이라고 묘사한 한 주민은 “나는 지금까지 한 번도 공화당에 표를 줘 본 적이 없다. 그러나 이번만은 공화당에 표를 던졌다. 오바마는 경제 사정이 얼마나 나쁘고 사람들이 얼마나 겁에 질려 있는지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때맞춰 나온 센서스 국 통계에 따르면 미국 내 빈곤층 수가 4,600만 명으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인플레를 감안한 미국인들의 실질 임금은 1997년 선으로 10여 년 동안 한 푼도 오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인들의 80%는 미국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믿고 있다. 골수 민주당 지역에서조차 공화당이 이겼다는 사실은 유권자들의 분노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케 한다.
물론 민주당은 이번 선거 결과를 지역적 이슈에 따른 것이라며 애써 축소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내년 선거를 안둔 민주당 의원들은 오바마와 거리를 두기 시작하고 있다.
오랜 경기 침체가 오바마 탓만은 아니다. 오히려 오바마 본인은 자기가 대공황을 막았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문제는 미 국민들이 지지부진한 경기 회복의 책임을 오바마에게 돌리고 있다는 점이다. 앞으로 1년 동안 경기가 회복되지 않으면 오바마는 실업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경기를 살리겠다고 4,000억 달러가 넘는 일자리 창출 법안을 의회에 제출했지만 공화당이 다수인 하원은 이를 순순히 통과시켜 줄 것 같지 않다. 민주당에게 내년 선거는 별로 반가운 행사가 아닐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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