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한때 ‘엄친아’라는 말이 유행했다. 처음에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몰랐는데, ‘엄마 친구 아들’의 준말이란다. 뜻인즉, 엄마 친구 아들들은 공부도 잘하고, 잘 생겼으며, 능력도 있고, 성격도 좋아서 늘 비교대상이 되는, 그래서 나를 위축시키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일명 잘난 사람을 두고, ‘엄친아’라 일컫는다고 한다.
엄마 친구가 아들을 잘 키운 것처럼 부모가 되면 누구나 자녀교육에 성공하고 싶어 한다. 어떻게 하면 ‘자녀교육’에 성공할 수 있을까?
‘자녀교육’에 대해 물으면 대개는 학교 교육이나 학원 및 과외활동 등의 지적인 교육을 연상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이 혹독한 경쟁사회에서 싸워 이겨야 하는 게 현실이고 보면 교육이 인성보다 성적에 치중하는 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인생을 살아가는데 지식보다 지혜가 더 중요하다는 걸 알면서도, 부모의 입장에서 그것을 실천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지식’과 ‘지혜’ 여기에 성공하는 ‘자녀교육’의 갈림길이 있다. 노벨상 수상자의 3분의1 이상은 유대인이라고 한다. 유대인들의 뛰어난 교육방법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그들의 교육방침 중 핵심은 ‘머리가 좋아지는 교육’이 아니라 ‘머리를 쓰는 교육’이라 한다. 결국 ‘지식’과 ‘지혜’ 중 후자를 선택한 것이다.
지난주 필자는 아이딜와일드 예술고등학교가 위치한 산 위 조그마한 타운의 유대인 학생 집에 초대를 받았다. 딸 넷 모두를 홈스쿨링하고 있는 가정이었다. 집이 곧 교육 현장이었고 사회생활, 가정생활을 함께 접할 수 있는 작은 공동체였다.
우리는 보통 학교에서 공부하고, 직장에서 일하며, 집은 쉬는 곳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이 가정은 그렇지 않았다. 학생 네 명을 가장 잘 알고 있는 부모가 힘을 합쳐 교육하고 있었고, 그 안에서 사랑과 교육이 어린 아이들을 성장시키고 있었다.
먼저, 가족 모두가 식탁에 모여 손님인 나와 손에 손을 잡았다. 그리고 아버지가 대표로 기도한 후 음식을 나누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우리는 함께 저녁식사를 하며,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었다. 이 모든 과정은 이 가족에게 특별한 것이 아니었다. 늘 이렇게 해왔던 그들의 생활이자, 교육이었다.
특이한 점은 열 다섯살인 큰 아이로부터 일곱살인 막내까지, 한 주제를 놓고 부모와 끊임없이 대화를 나눈다는 점이었다. 부모는 어린아이가 하는 말에 정성껏 응해주고, 때론 가르침을, 때론 의견교환을 하며 토론했다. 피아노 선생인 내가 하는 말에도 집중하며 귀 기울이는 모습은 매우 인상 깊었다.
우리의 권위적인 어른들이라면 “어른들 얘기하는데 애들이 버릇없이 끼어든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식탁에서 오가는 대화는 아이들에게 산교육 그 자체였다. 더구나 가장인 아버지도 집에 홈 오피스를 마련해 놓고 되도록 자주 홈스쿨링과 가정생활에 참여했다. 어머니의 역할 못지않게 아버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며, 아이들에게 본을 보이려 노력하고 있었다. 유대인 교육의 본 모습을 볼 수 있는 저녁시간이었다.
돌아오는 길에, 그 아버지가 나에게 해주었던 말이 다시 떠올랐다. “학교에서 배우는 것은 지식에 그치지만 가정에서는 온갖 지혜를 배우게 됩니다. 때문에 우리는 아이들을 제대로 교육시키기 위해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려고 홈스쿨링을 선택했습니다.”
교육은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만든다. 하지만 어느 것이 정답인지 알 수는 없다. 그 가정의 아버지처럼 “지혜로운 아이들로 양성하라”는 유대인의 격언이 나는 해답이라 생각한다. 지혜로움은 우리 아이들에게 인생에서 가장 큰 재산이 될 테니 말이다.
앤드루 박
‘박트리오’ 피아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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