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동포재단이 재정적자를 기록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LA 한인회관 건물을 관리하며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연간 수십만 달러가 들어오는 재무구조에서 적자가 발생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운영상 상당히 문제가 있다는 반증이 된다.
한미동포재단은 한인사회에서 거의 유일하게 ‘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단체이다. 사무실 임대, 옥외 광고, 주차 시설 등 건물에서 고정적으로 발생하는 수입이 연간 35만 달러 이상이다. 지출은 건물 유지·관리비, 경비용역 등 인건비를 합쳐서 수입의 1/3 정도. 지난해 회계보고를 보면 37만 달러 수입에서 기본 경비와 외부단체 지원금 등 26만 달러를 지출, 11만 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경기침체로 봉사단체들마다 기금이 부족해 절절 매는 현실을 감안하면 땅 짚고 헤엄치기 식 재무구조이다. 그런데도 금년 상반기 3만여 달러가 적자라는 사실은 한인사회가 그동안 동포재단 운영에 너무 무관심했다는 자성을 갖게 한다.
모든 문제의 원인은 돈의 흐름을 따라가 보면 대개 밝혀진다. 동포재단의 적자 역시 비정상적 지출이 원인이었다. 4만 달러에 달하는 변호사비, 3만5,000달러의 경비 용역비 등 추가지출이 적자를 초래했고, 이는 전 현직 이사장 간 법정소송 때문에 생긴 일이다. 재단 측은 김 영 이사장의 변호사비를 공금에서 지불했고, 김영태 전 이사장측 인사들의 접근을 막기 위해 일정기간 경비인원을 대폭 늘렸다. 재단 내부 분란에 한인사회의 소중한 자산이 펑펑 물 쓰듯 쓰인 것이다.
한인회관 건물은 1972년 남가주 한인사회가 ‘1인 10달러’ 모금운동을 전개하며 3년의 우여곡절 끝에 마련한 커뮤니티의 자산이다. 커뮤니티가 그 관리를 한미동포재단에 맡길 때는 기대가 있다. 자산을 잘 관리해 한인사회 발전에 기여해달라는 무언의 당부이다. 알뜰하게 관리하면 매년 20만 달러 정도의 재원 마련이 가능하고, 이를 한인사회 각 단체 지원기금으로 쓴다면 얼마나 의미가 있을 것인가. 차제에 한미동포재단 운영을 근본적으로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투명성이다. 커뮤니티의 자산을 관리하는 기구는 운영도 재정도 투명해야 하는 것이 기본이다. 툭하면 비공개 회의에 사실상 감사 없는 현 재무관리는 문제가 있다. 당연직 이사인 총영사관 측이 재단의 재정내역 공개를 요구한 것은 뒤늦게나마 잘한 일이다.
재단 운영의 투명성을 위해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외부 감사제도이다. 이사들 개개인의 도덕성과 봉사정신만 믿고 맡기는 데는 한계가 있다. 아무도 감시하지 않고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기금은 ‘주인 없는 돈’이 될 위험이 높다. ‘쓰는 사람이 임자’가 되지 않으려면 구조적 견제와 감사 장치가 필요하다.
커뮤니티는 동포재단 적자문제를 남의 일로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재단의 자산은 바로 우리의 자산이다. 한미동포재단의 운영이 보다 견실해질 수 있도록 커뮤니티가 중지를 모아야 하겠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