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보이느니 쑥대밭이 된 농지, 엉망이 된 농작물, 침수된 상가, 주저앉거나 쓸려나간 가옥들, 광범위한 폐허다.”
허리케인 아이린이 휩쓸고 간 버몬트의 상황을 피터 셤린 주지사가 전하는 말이다.
처음 예상보다 기세가 덜했다고는 하지만 아이린이 남긴 피해는 여전히 엄청나다. 노스캐롤라이나에서 버몬트까지 11개 주에 걸쳐 건물이 붕괴하고 도로가 파손되며 단전과 교통마비 등으로 주민들은 불안에 떨고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강풍에 쓰러진 나무에 깔리거나 급류에 휩쓸리는 등 관련사고로 사망한 케이스도 40여건이나 된다.
졸지에 가족을 잃고 삶의 터전을 잃은 이재민들의 아픔을 아는 지 모르는 지, 한 정치인이 또 자연재해를 두고 ‘아니면 말고’식 발언을 해서 빈축을 샀다.
티파티의 간판스타, 미셸 바크만 연방하원의원이다.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에 나선 바크만은 며칠 전 플로리다의 한 후원행사에서 ‘지진과 허리케인은 워싱턴 정치인들에게 주는 하나님의 메시지’라는 말을 했다.
“하나님이 뭘 얼마나 더 해야 정치인들의 관심을 끌 수 있을 지 모르겠군요. 이번에 우리는 지진을 겪었고 허리케인도 겪었습니다. 하나님이 ‘이제 내 말에 귀를 기울일 테냐’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그가 말하는 신의 메시지인즉 ‘작은 정부’. 정부가 너무 비대해서 재정적자 문제가 발생하고, 그래서 국민들이 아우성인데 현 정부는 이를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발언의 골자이다.
참석자들이 기독교 극우 보수성향인 만큼 ‘하나님’과 ‘작은 정부’라는 말만 꺼내면 환호하는 분위기를 십분 활용한 측면이 없지는 않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런 위험한 발언이 그냥 넘어갈 수는 없다.
“지진이 신의 메시지라면 이재민들은 신의 징벌을 받았다는 거냐?”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이 어떻게 저렇게 비합리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가” “공화당은 과학과 담을 쌓은 당인가” … 경멸 섞인 비난이 쇄도했다.
대규모 재앙이 닥칠 때마다 ‘하나님’을 걸고넘어지는 사람들이 있다. 지난 2004년 인도네시아 쓰나미 때, 그리고 지난 3월 일본 대지진 때는 한국 개신교 원로 목사들의 발언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이슬람교를 믿는 데 대한 하나님의 심판’ ‘우상숭배, 무신론, 물질주의로 나간 일본국민에 대한 하나님의 경고’라고 각각 설교를 해서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이번 동부 지진에 대해 TV 부흥사 팻 로벗슨 목사도 한마디 거들었다. 종말이 임했다는 ‘하나님의 경고’라는 것이다. 그는 10년 전 9.11테러 때 “미국이 동성애, 낙태, 여권운동가, 이교도를 받아들인 당연한 대가”라고 말했는가 하면, 지난해 20만 명이 목숨을 잃은 아이티 지진에 대해서는 ‘악마를 숭배한 데 대한 저주’라고 독설을 퍼부었다.
종교가 포용이 아니라 배타로 치달으면 그 해악이 얼마나 큰 지에 대한 교훈은 인류 역사에 차고도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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