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한턱 낸다며 고급 레스토랑에서의 저녁식사에 사람들을 초대해다. 평소 호탕한 성격의 주인공은 비싼 메뉴들을 잔뜩 주문해 테이블을 채워주었고, 초대받은 사람들은 맛있는 음식과 일급 서비스를 즐길 수 있어 매우 만족스런 저녁시간이 되었다.
그런데 식사를 마친 후 일행이 레스토랑을 나와 주차장으로 한참을 걸어가는데 웨이터가 저 멀리서 우리를 부르며 달려왔다. 친구가 신용카드를 두고 왔고 웨이터는 그 카드를 전해주기 위해 뛰어온 것이다. 카드를 받아 들고 웨이터에게 고맙다고 말한 친구는 “저렇게 뛰어와주니 조금 미안한데…”라며 머쓱해했다. 한국에서 온지 얼마 안된 그 친구 말이 “비싼 음식 값은 하나도 안 아까운데 나중에 붙는 팁은 왠지 생돈 뺏기는 것 같아 너무 아까워서 도저히 15%도 못 주겠더라고”라는 것이다.
한국에 없는 미국의 팁 문화가 낯선 것은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하지만 자신이 받은 서비스에 만족해하면서도 그 서비스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치르는 것에는 인색한 친구의 모습을 보면서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무형의 상품을 제공하는 ‘서비스’와 그 서비스의 ‘가격’에 대한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옷이나 가방, 전자제품 등 눈으로 확인이 되는 실체를 가진 물건을 살 때 소비자들은 판매자가 정해놓은 가격에 대해 받아들이고 구매하거나 아예 구매하지 않거나 두 가지 선택만을 한다. 하지만 호텔이나 레스토랑에서의 서비스, 주식이나 보험 같은 금융 서비스, 디자인이나 인테리어 같은 크리에이티브 서비스 등에 대해서는 그 서비스를 구매하면서도 서비스 제공자가 기대하는 가격을 무조건 깎으려하거나 지나치게 아까워하는 경우를 쉽게 볼 수 있다.
서비스 업종이라는 것이 소비자와의 접점에 있는 ‘사람’ 개개인의 자질에 따라 그 서비스의 질이 달라지는 특성 때문에 일괄적인 가격을 정한다는 것이 쉽지 않고, 고객의 만족 여부가 그 가격의 정당성을 가늠하는 기준이기에, 소비자 스스로가 그 서비스에 만족하지 못했다면 가격의 조정을 요구하거나 불만을 해소해줄 수 있는 추가적인 서비스를 요구 할 수도 있다. 하지만 화장실 들어갈 때 다르고 나올 때 다른 심리로 서비스를 다 받은 후 그 서비스의 댓가를 치르는 것이 왠지 아깝게 느껴져 할인을 요구한다거나 이미 합의된 (문서가 아닌 암묵적인 것이었을지라도) 수준 이상의 서비스를 요구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생각이 든다.
몇 년 간 지속된 경기 침체로 개개인이 실감하는 경제적인 어려움은 한계에 다달아 있고 소비자들에게는 돈 한푼 한푼이 아쉽다. 하지만 그런 경제적 어려움 때문이라면 그래서 서비스에 대한 가격을 지불하고 싶지 않다면 그 서비스를 받지 않는 것이 오히려 경제 위기에서 당당하게 살 수 있는 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레스토랑의 팁을 줄이려면 집에서 음식을 요리해 먹고, 부동산 수수료를 줄이려면 인터넷에서 아파트 렌트 정보를 검색하고, 주식매매 수수료를 줄이려면 투자하고 싶은 회사에 대해 공부를 하고 스스로 판단하라는 것이다.
이렇게 경기가 어려운데 반값을 내더라도 계속 이용해 주는게 어딘데…라는 식의 주장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나 개인 역시 어려운 경기 속에서 힘들게 자신들의 시간, 비용, 감정 노동들을 투자하며 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을 고려하지 않는 것이기에 지나치게 이기적이다.
단기적으로 한건 한건 할인을 받고 공짜 서비스를 받는다고 기뻐하다보면 장기적으로는 서비스 제공자로 하여금 제대로 된 댓가를 받았을 때 창출해 낼 수 있는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기회비용를 잃게 하는 것이고 결과적으로는 소비자의 손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는 현명한 소비자가 많아지길 바란다.
실비아 김
팬컴, 전략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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