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제일 친숙하게 기억되는 조각은 미술교과서에 빠짐없이 나오는 로뎅의 작품 ‘생각하는 사람’일 것이다. 로뎅의 작품은 크기는 다르나, 같은 조각품들이 많이 있다. 그래서 여러 곳의 박물관에서 다른 크기의 그의 작품들이 진열된 것을 보게 되기도 한다. ‘생각하는 사람’을 실제로 보면, 그 사람의 모습은 ‘생각’하는 사람이라기 보다는 ‘고뇌’하는 사람으로 보인다.
그러나 생각이란 눈에 보이는 어떤 사물이 아니므로 누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다른 사람이 알아낼 수는 없다. 그 생각을 실천에 옮기고 실행할 때에야 비로소 그가 무슨 생각을 했었는지 알게된다. 우리의 생각이란 때때로 바뀌기도 하고, 자기가 틀림없이 옳다고 믿었던 것이 틀렸다는 것을 깨닫기도 한다.
그러나 자기가 옳다고 믿는 것을 지키고 끝까지 그것을 위해서 정진하는 사람도 있다. 문제는 자기가 옳다고 믿고있는 어떤 신조나 사상이 다른 사람에게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보일 때이다. 그것이 개인적인 것에서 끝난다면 무슨 큰 일이 벌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것이 어떤 단체에서 집단으로 일어나거나, 국가와 국가 사이에서도 일어나는 수가 있다. 그것은 해결하기 힘든 분쟁의 원인이 된다.
그러나 사람들의 훌륭한 생각은 본받을 만한 신념이 되어, 인류를 위하여 많은 공헌을 했다. 종교개혁이 그러하고, 사람들은 힘을 모으고 서로 도와서 인류의 가난과 질병을 개선하기 위해서 싸운다. 선한 일을 하든지, 잘못된 일을 벌리든지, 사람들의 행위는 대부분 그 마음속의 생각이 행동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요즈음에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세계 여러 곳에서 일어난다. 경우에 따라서는 어떤 개인이 다른 사람에게 해가 되는 생각을 행동으로 옮길 때도 있다. 테러리스트가 그러하고 연쇄살인범이 그러하다. 얼마전에 노르웨이에서 일어난 집단 살해사건도 마찬가지 경우이다. 한 사람으로 인해서 무고한 사람들이 무수히 피해를 본다. 악명높은 독재자들도 이 계열에 속하는 사람들이다. 그 나라 국민의 삶은 독재자의 마음이 어디로 움직이는가에 따라서 운명이 바뀌게 된다.
사람과 문명을 파괴하는 행위는 그 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가치와 문화를 단숨에 무너뜨린다. 그렇다 할지라도 다른 사람이 그들의 생각을 바꾸기는 힘들어 보인다. 왜냐하면 그 사람들이 하루 아침에 충동적으로 그러한 행동을 한다기 보다는 나름대로 자신의 생각을 옳다고 믿고 행하는 일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참으로 난감하고 어찌해 볼 수도 없는 신념이다. 그래서 끔찍한 일은 저지르고 나서도 노르웨이의 참사를 저지른 자가 말하기를 자기는 ‘해야 할 일을 했다’라고 한다지 않는가. 정신적으로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인지도 분명하지가 않다.
사람에게는 생각하는 능력이 곧 그가 온전히 살아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것을 표현할 능력이 없어지면, 자기의 삶을 전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의지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모든 사람들의 삶이란 생각하고 고뇌하는 것에서 부터 시작된다. 그것을 언제 어떻게 어느 방향으로 실천에 옮길 것인가 고민하는 것이 우리 생활의 기본이 된다. 그래서 우리는 자신의 옳은 생각을 잘 실천한 사람을 성공한 사람이라고 부른다.
나는 오늘 무엇을 생각하고 고민할 것인가. 나의 생각은 온전한가. 그것은 인류를 위한 것은 아닐지라도 적어도 나의 발전을 위해서는 무슨 도움이 되는가. 나의 생각이 당신들과는 어떻게 유대관계를 맺게 되는 것일가. 참으로 많은 생각이 떠오른다. 그것은 과연 ‘생각하는 사람’의 자세를 닮을만 한 것인가. 고뇌의 자세를 취하고 나도 ‘생각하는 사람’의 모습을 닮아본다.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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