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상이 줄었어요. 오던 손님이 안 오는 건 아닌데 횟수가 줄어든 것이지요. 한 달에 한번씩 오던 커트 손님이 6주나 7주에 한번 오고, 자주 머리를 다듬던 분이 파마하고는 몇 달씩 발길을 끊는 식이지요.”
2년쯤 전 불경기 한파가 각 가정 가정을 파고 들 때 LA 한인타운의 한 미용실 원장이 했던 말이다. 2008년 가을, 금융대란 직후에는 “별다른 변화를 못 느낀다”고 했는데, 그리고는 1년쯤 지나는 동안 “손님들 발길이 뜸해지는 게 확실히 느껴진다”고 그는 말했었다.
그런데 경기회복의 전망이 아직도 암울한 지금 되돌아보면 미용업은 그중 상황이 나은 업종에 속한다. 자영업소들이 저마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드물게 번창하고 있는 것이 이발소와 미용실이라는 통계가 나왔다.
인구 센서스국이 최근 발표한 바에 의하면 2008년에서 2009년 사이 이발사·미용사, 그리고 이들이 일하는 이발소·미용실의 숫자는 전국적으로 8% 정도 늘어났다. 워싱턴 D.C. 지역에서는 특히 미용업 종사자가 많이 늘어서 주인 한사람이 직접 운영하는 미용실과 미용사 숫자가 같은 기간 18%나 껑충 뛰었다.
살림이 어려워도 헤어스타일만은 깔끔하게 유지하고 싶은 심리가 사람들에게 강하다는 말이 된다. 빠듯한 생활비에서도 머리 다듬는 비용만은 고정지출로 따로 떼놓는 소비자들이 많다는 것이다.
수입이 줄면 대개 1순위로 잘려 나가는 것은 휴가비용, 그리고 나면 옷이나 액세서리 구입, 외식 등이 줄어든다. 하지만 헤어스타일은 좀 다르다. 외모에 가장 쉽게,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헤어스타일이기 때문이다. 머리모양 하나 바꾸면 사람이 달라 보이는 게 보통이다.
그래서 불경기에 기분전환을 위해, 언제 잘릴 지 모를 직장 내에서의 단정한 이미지를 위해, 그리고 실직자들은 채용면접에서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해 머리에는 필히 투자를 한다는 것이다.
경기침체가 이·미용업 종사자를 늘린 측면도 있다. 대규모 감원 사태로 일자리를 잃고 난 많은 사람들에게 이발사나 미용사는 비교적 단기간에 자격증을 따서 전업할 수 있는 업종으로 부각되었다.
미전국 이용협회에 의하면 미국 내에서 발급된 이발사 자격증 숫자는 1980년대 19만개에서 지금 25만개로 늘었다. 매릴랜드에서는 특히 증가폭이 커서 이발사 자격증 소지자가 지난 2008년 이래 60% 이상 늘었다.
이·미용업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또 경기변동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인식 때문이다. 장기간 다니던 직장에서 하루아침에 밀려나는 충격을 경험한 실직자들은 뭔가 안정적인 일자리를 갖고 싶은 마음이 크다. 이래저래 요즘 미용실에는 석사학위 소지자, 학사학위 소지자들이 심심치 않게 있다고 업계 종사자들은 귀띔한다.
제조업처럼 해외인력으로 대체할 수 없는 것도 미용사나 이발사에게는 반가운 일. 아무리 값이 싸다고 커트하러 중국까지 갈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미용실·이발소 비즈니스가 호경기 때 같기야 하겠는가. 그래도 남들보다는 사정이 낫다는 걸 한인 미용사·이발사들은 위안으로 삼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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