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동물은 먹어야 산다. 세상의 가장 근본적인 비극은 한 동물의 먹이는 또 다른 생명체란 점이다. 이 때문에 모든 동물은 먹을 것을 찾고자 하는 욕망과 먹을 것이 되지 않고자 하는 욕망을 동시에 타고 났다. 이 ‘먹잇감이 되지 않고자 하는 욕망’의 다른 이름이 바로 공포다.
욕망과 공포 중 어느 것이 더 강한가는 물어볼 필요도 없다. 밥을 먹는 것은 중요하지만 몇 끼 안 먹어도 사는 데는 지장이 없다. 반면 한 번 남의 먹이가 된 후에는 다시는 밥을 먹을 기회가 없다. 먹잇감을 찾는 것보다 먹잇감이 되지 않기 위해 더 필사적일 수밖에 없다.
인간의 본능인 욕망과 공포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곳이 바로 주식시장이다. 주식이 왜 오르고 떨어지느냐에 관해서는 구구한 학설이 있지만 이익에 대한 인간의 욕망과 손해에 대한 공포가 그 기본 동력이다. 욕망보다 공포의 힘이 훨씬 크기 때문에 주가는 항상 오르는 속도보다 떨어지는 속도가 빠르다. 1929년 대공황 때, 2000년 하이텍 버블 때도 그랬고 2008년 리먼 브러더스 때도 그랬다.
8월초부터 시작된 주가 폭락도 예외가 아니다. 불과 1주 사이 8개월 동안 오른 것을 모두 까먹더니 이제는 1년 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오바마가 괜찮다고 연설을 하고 버냉키가 걱정 말라고 다짐을 해도 백약이 무효다. 욕망도 그렇지만 공포도 전염성이 있다. 공포 분위기가 퍼져 모든 사람이 패닉 현상을 일으키면 누가 무슨 말을 해도 아무 소용이 없다. ‘시간이 약’이라는 말이 진리다.
증시에는 사람들이 얼마나 공포를 느끼고 있는지를 재는 객관적인 지표가 있다. 시카고 옵션 시장에서 거래되는 소위 VIX 지수다. 스탠다드&푸어 500대 기업의 옵션 변동성을 재는 이 지수는 사람들이 공포에 질려 마구 주식을 내다 팔며 변동성이 커지면 올라가고 태평성대로 주식시장이 잔잔하면 내려간다.
보통 때는 10대에서 오르락내리락 하지만 주식시장이 불안하면 20대 30대까지 올라간다. 10일 다우존스 산업 지수가 500 포인트 이상 하락하면서 이 지수도 40을 넘었다. 올 초 15에 비하면 엄청나게 오른 것이지만 2008년 리먼 때 80을 넘었던 것과 비교하면 아직 최악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다.
흥미로운 것은 이 지수가 장기간 낮을 때야말로 정작 위험한 때라는 점이다. 모든 사람이 안심하고 있을 때 베어 마켓은 시작된다. 반대로 이 지수가 폭등할 때가 주식 투자의 적기다. 이 지수가 80을 넘고 다우가 6,000대로 떨어졌을 때 주식을 산 사람은 아직도 돈을 벌었다. 문제는 이 지수가 언제 꼭지를 칠지 아무도 모른다는 점이다. 심한 등락 폭에도 불구, 미 주식은 장기적으로 가장 좋은 투자 수단의 하나다. 심장 약한 사람이 뛰어들 때는 아니지만 남들이 판다고 같이 투매할 때도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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