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장사를 얼마나 더 할 수 있을까 싶어요. 심리적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요.”
남가주 피코 리베라의 스왑밋에서 금은 액세서리 가게를 하는 C씨의 말이다. 14K, 10K 액세서리 가게를 한지 20년, 지금의 장소에서 장사한지 11년째인 그는 “요즘처럼 장사하기 힘든 적은 없었다”고 말한다.
지난 몇 년 동안 계속 기록을 경신해온 금값은 이번 주식시장 폭락을 타고 다시 한번 상승했다. 미국 국가신용등급 강등 후 주식시장이 요동치자 “믿을 건 역시 금”이라는 심리가 발동한 것이다. ‘블랙 먼데이’였던 8일 금값은 지난주 종가보다 무려 61달러 이상이 급등, 사상 처음 온스 당 1,700달러를 넘어섰다.
금제품 파는 상인들로서는 박수를 칠 일이다. 자고새면 금값이 오르니 가만히 앉아서 돈을 버는 셈이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스왑밋 손님들은 거의 100% 히스패닉 서민들인데 3~4년 불경기로 이들의 주머니는 털어도 먼지 한톨 안 나올 지경이다. 이전과 비교해 “매상은 1/4 수준”이라고 C씨는 말한다.
그럴수록 눈에 띄는 디자인으로 소비자들의 충동구매 심리를 자극하는 것이 상술이겠지만 요즘 스왑밋의 금은 액세서리 가게들은 거의 개점휴업 수준이다. 강도들이 들끓어서 물건도 마음 놓고 진열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C씨 가게의 경우 ㄴ자 모양으로 앞의 두면이 트여 있는데 그중 긴 쪽 면은 아예 철문을 쳐놓고 장사를 한다. 지난 4월15일 강도가 들이닥친 후 만든 보안책이다.
그날 아침 가게 진열대에 물건을 막 진열하고 났는데 스왑밋 입구에서 4명의 흑인들이 모자를 쓰고 일렬로 걸어 들어왔다. “저 사람들 뭐지?” 하는 데 어느 새 이들이 그의 가게 진열장을 망치로 내리치더라는 것이다.
“같은 장사하는 한인업주들 거의 대부분이 한번씩은 다 당했어요. 수법이 똑같아요. 너덧 명이 와서 한명은 권총으로 위협하고, 다른 한명은 망치나 도끼로 진열장을 깨고, 나머지 두세 명이 물건을 챙겨 달아나는 것이지요.”
그의 가게는 진열장이 특수 방탄유리여서 잘 깨지는 않는 데다 패닉 알람을 설치해 알람이 계속 울려대자 강도들은 그대로 도망을 갔다. 다행히 물건을 잃지는 않았지만 그 후로 가슴이 떨리고 불안해서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결국 철문을 치고 장사를 하는데, 그러면서도 문을 닫지 않는 것은 “첫째 금값이 좋아서, 둘째 단골들이 있어서”이다. 금값이 하루가 다르게 뛰니 아무리 매매가 저조해도 그런대로 돈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고마운 것은 히스패닉의 못 말리는 ‘금 사랑’. 결혼, 약혼은 물론 아기 출생, 세례, 첫 성찬식, 성인식 등 특별한 때마다 금 목걸이, 반지, 팔찌 등을 해주는 것이 이들의 오랜 풍습이다. 전에는 14K로 하던 걸 지금은 10K, 두꺼운 것 대신 얇은 걸로 할 뿐 빚을 얻어서라도 장만을 한다. 그러면서 목돈이 부담스러우니 대개 월부로 한다.
500달러짜리 목걸이를 사고 싶으면 10달 동안 50달러씩 내고는 목걸이를 가져가는 식이다. C씨 가게에는 그런 단골이 수백명 된다고 한다. 이런 단골들에게 월부 돈도 받고 물건도 내줘야 하니 아무리 불안하고 힘들어도 가게 문을 덜컥 닫을 수가 없는 것이다.
금은상들이 진열장에 물건을 그득히 내놓고 팔 수 있는 날은 언제일까? 미국의 경제가 어쩌다 이렇게 암울해졌을까.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