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은 인물을 낳는다고 했던가. 2018년 동계올림픽 유치지로 평창이 결정되었다는 소식은 하나의 사건이고, 그 결과 탄생한 인물은 나승연 대변인일 터이다. 그녀는 평창 올림픽 유치의 일등 공신으로 평가되어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새로운 영웅으로 부상하면서 주목받고 있다.
사건이 낳은 인물은 이제 새로운 화두를 낳는다. 그녀가 몰고 온 성공담과 그 방법에 관한 이야기, 그녀의 모델을 어떻게 우리의 삶에 적용할 것인가 하는 문제의 중심에 떠오르게 하는 화두는 다름 아닌 ‘프리젠테이션’이다.
‘프리젠테이션’은 ‘발표’, 사람들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행위이다. 프리젠테이션을 잘 해야, 본인의 의견을 정확히 전달 할 수 있고, 더 나아가 상대를 설득시킬 수 있다.
요즘 애플의 스티브 잡스식 프리젠테이션이라든지, 나승연의 평창 프리젠테이션이 주목 받으면서, 출판 광고업계 및 교육, 직장에서 주목하는 기술이 바로 프리젠테이션이라고 한다.
프리젠테이션의 왕이라고 불리우는 스티브 잡스의 프리젠테이션의 기법을 10가지로 분류하고 분석한 기사가 있었다. 그 분석에 따르면, 주제를 정하고, 열정을 표현하며, 윤곽을 주면서, 숫자에 의미를 부여하라. 잊지 못할 순간을 연출하면서도 눈에 띄는 슬라이드를 만들며 쇼를 보여줘라, 작은 실수에는 신경 쓰지 말 것이며, 장점을 팔아라. 이 모든 것을 담았다면 반복해서 연습하라고 말한다.
이것이 바로 스티브 잡스의 프리젠테이션을 분석한 사람들이 내놓은 성공적 프리젠테이션 기법이다. 알아두면 도움이 될 만하고, 반드시 적용해 볼 만한 비법임에는 틀림없다. 그리고 이 10가지 방법론을 관통하는 공통된 키워드는 ‘기술’이라는 것도 알 수 있다.
그러나 나는 자신을 드러내고 의견을 전달하며, 더 나아가 상대를 감동, 설득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진심’이 중요하다고 배웠었다. 책을 통해서도, 선생님의 말씀을 통해서도, 부모님의 교육을 통해서도, ‘기술’은 어느 순간 개개인에게 드러나는 자신만의 ‘스타일’과 같은 부수적인 효과이지만, 자신을 믿고 그 마음을 전달하려는 ‘진심’ 만큼은 프리젠테이션에서 최고 중심의 자리를 내 주어서는 안된다고 배웠다.
나 역시 직업상 사람의 마음을 읽고, 그들을 만나서 설득하는 게 일상인데, 나를 드러내는 태도, 사람을 대하는 방법에 있어서만큼은 항상 ‘진심’을 잃지 않으려고 했다면 누군가에게는 구태의연해 보일지도 모르겠다. 사람을 만나는 네트워킹 자체가 목적이 되는 세상, 속마음과 겉모양을 일치시키지 않아야만 가능한 일이다. 때로는 속마음을 감추는 ‘기술’이야 말로 이들이 말하는 진정한 프리젠테이션 기술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러나 한숨 돌려 다시 생각해 보면, 성공을 위한 처세술이 큰 덕목으로 추앙되는 영화산업계에서, 모든 인간관계는 이해관계의 다른 표현이라 믿는 헐리웃에서조차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며 기억되는 최고의 프리젠테이션 순간들은 ‘기술’이 아닌 ‘진심’의 순간들이다.
프리젠테이션 했던 사람들의 옷차림이나 말투나 사용했던 그래픽이나 연출했던 쇼 등이 아닌, 프로젝트 그 자체, 그를 믿는 진지한 열정, 전달하고자 하는 진심의 순간들을 기억하며, 우리는 그 순간을 프리젠테이션의 전설이라고 부르곤 한다.
사람 대하기, 표현하기, 설득하기에서 어느 순간부터 ‘진심’이라는 키워드가 뒤로 밀렸다. 프리젠테이션의 기술과 함께 ‘진심’이 중심에 자리 잡는 풍토가 되기를 바란다.
문선영
퍼지캘리포니아 영화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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