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중부지역에 떨어진 ‘100년만의 물폭탄’으로 상상을 초월하는 엄청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서울에 내린 폭우로 강남과 광화문 등 시내 중심 지역이 물바다로 변하고 인명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도시 기능이 거의 마비돼 버렸다.
서울을 강타한 수해의 주범은 단시간에 일부 지역을 덮친 집중호우와 산사태였다. 부자동네인 서초구를 삽시간에 폐허로 만든 우면산 산사태는 이 지역에서 계속돼 온 개발이 초래한 재앙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우면산 터널과 생태공원 등 각종 공사가 이번 사태를 불러왔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산을 관통하는 터널공사가 산의 지반을 크게 약화시키는 바람에 이번에 무너져 내렸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우면산에서는 지금도 주택공사가 이뤄지고 있다. 강남의 피해가 전반적으로 컸던 이유도 하천을 낀 완만한 저지대에 집중적으로 개발이 이뤄진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자연의 재앙은 대부분 인간의 욕심이 초래하는 참극이다. 연례적인 재앙이 되다시피 한 캘리포니아의 산불도 인간들이 자연 속으로 좀 더 깊이 들어가기 위해 산의 이곳저곳에 상처를 내면서 초래한 경우가 많다.
‘가이아 가설’로 유명한 영국 과학자 제임스 러브록은 지구를 하나의 거대한 생명체로 본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까지 인간이 자연에 대해 가지고 있는 생각을 뒤바꾸고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재정립하자는 주장을 편다.
러브록의 주장을 한 마디로 요약한다면 “자연을 파괴하는 가장 무서운 존재는 인간이 아니라 자연 그 자체”라는 것이다. 사실 인간들이 자연 곳곳을 훼손하고 생태계에 상처를 입히고 있지만 자연이 자연에 가하는 재앙의 파괴력에 비하면 보잘 것 없다. 몇년 전 온 중국을 물속에 잠기게 했던 대홍수와 몇 달 동안 타오르면서 온 그리스를 불바다로 만들었던 산불, 그리고 일본을 흔든 대지진이 그것을 말해준다.
하지만 모두가 기억해야 할 것은 이런 자연의 분노를 초래하는 근본 원인을 인간이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구의 생태계가 무너지고 환경이 급속히 바뀌면서 이상 현상들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 이것이 재앙의 단초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번에 한국을 강타한 물폭탄도 기후변화에 따른 현상일 가능성이 높다. 부분별한 개발은 그 피해를 한층 더 키우는 역할을 한다.
인간이 할 수 있는 방책이란 자연 앞에서 겸손해 지는 것밖에 없다. 인류의 생존을 위해 개발은 불가피하지만 자연을 다독이는 겸손함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재앙으로 가는 지름길일 뿐이다. 이번과 같은 재앙에서 배우지 못한다면 자연은 더 자주, 그리고 더 무섭게 인간을 심판하려 들 것이다.
우면산 산사태가 난 후 인근 마을에 오래 살아온 한 노인이 던진 말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산을 건드리지 말아야 했다. 물이 흘러내린 곳은 하천길이다. 원래 하천이 다니던 곳을 메워서 만든 도로다. 자연의 힘을 거스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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