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몸이 항문이다
별을 보면 별똥이 마렵고
꽃내를 맡으면 꽃똥이 누고 싶다
인분이 때론 너무 독한 거름이라던가
진실을 똥처럼 끌어 덮는 인간들에게
글발 독한 똥물 세례가 퍼부어지기도 한다는데
온갖 천태만상들을 눈에 넣었어도
시린 가슴팍에 고였다 나온 탓인지
눈으로 나오는 눈물 똥은 언제나 맑고 투명하다
사지로 뜯어 먹은 분기탱천했던 욕기들
삭고 또 삭아 고물고물 기어 나온다
쉽게 곤비해진다는 오감 중의 후각
똥을 싸다가 자기 똥 냄새가 역겨워
화장실을 뛰쳐나온 인간이 어디 있다던가
오늘도 지린내 풍기며 싸놓은 마음의 똥들이
쿠린내에 만성이 된 코앞에서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글방에 쌓이는 저 똥들을 언제 다 퍼낼꼬
시에서 쓰는 말이 따로 있다고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 낭만적인 시대가 시인에겐 좋았을 법 하다. 시인은 이슬만 먹고, 푸르고 맑은 시만 읊조리면 되었을 테니까. 그러나 콩 심은 데 콩 난다고 했던가. 전쟁을 겪고 산업화와 인간성 상실을 체험한 현대 시인은 달과 별, 꽃과 같은 詩語만 가지고 제대로 세상을 표현해낼 수 없었을 것이다. 오늘 시인은 땀똥, 눈물똥을 눈다. 마음의 똥이 차곡차곡 詩똥이 돼 쌓인다.
김동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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