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를 좋아하는 딸아이를 위해, 매주 일요일이면 길을 잃거나 버려진 강아지와 고양이들이 자신들을 입양해줄 새로운 가족을 기다리고 있는 라치몬트 빌리지로 향했다. 한참 강아지들을 구경한 후에는 근처 파머스 마켓에서 내가 좋아하는 복숭아를 한아름 사고, 발이 너무 금방 커버리는 딸을 위해 탐스(TOMS)에서 신발을 사고, 커피가 먹고 싶다는 남편 말에 스타벅스에 자리를 잡고 둘째를 임신 중인 나는 커피 대신 이토스(Ethos) 물을 샀다.
남편과 마주앉아 두어 시간 동안의 우리의 소비에 대해, 우리가 쓴 돈이 어떻게 쓰이게 될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기분이 좋아졌다. 파머스 마켓 복숭아는 일반 수퍼마켓에서 파는 것보다 조금 비싸지만 농장에서 직접 나온 농부에게 샀으니 땀 흘려 일한 농부들에게 복숭아 가격이 고스란히 돌아갈 것이다.
신발이 한 켤레 팔릴 때마다 신발을 신지 못하는 가난한 제 3세계 아이들에게 한 켤레의 신발을 기부한다는 ‘하나 사면 하나(one for one)’ 캠페인으로 유명한 탐스 신발을 샀으니 내 딸이 새 신발을 얻었듯 아프리카나 아르헨티나에 살고 있을 한 아이가 새 신발을 얻게 될 것이다. 팔리는 물 한 병마다 일정 수익을 제 3세계의 수질관련 사업 지원금으로 기부하는 이토스 물을 샀으니 온두라스나 케냐의 아이들이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게 하는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 것이다. 그런 생각에 돈을 쓴 것이 뿌듯하게 느껴졌다.
우리 부모세대에게 소비는 단순하게 필요한 물건을 구매하는 것이었다. 그야말로 찍어내면 팔리던 그 시대의 기업들은 열심히 만들기만 하면 됐고, 소비자들도 제품을 살 수 있는 것만으로도 만족했다. 그러다 세상이 풍요로워지면서 소비자들은 비슷한 물건들 중 무엇을 사야하는지 고민하게 되었고, 기업들은 살아남기 위해 경쟁사들보다 더 좋은 품질,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해야만 했다.
하지만 이 시대의 고객들은 최고의 품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수많은 기업들의
물건들 중에서 무엇을 살지 선택해야 하는 고민에 빠졌다. 그리고 그 선택의 기준으로 기업의 가치관이나 철학을 검토하게 된 것 같다. 기업의 관심사가 온통 자사의 이익 창출만인지 아니면 소비자를 포함해 인류 전체를 위한 기여도 포함되는지를 꼼꼼히 따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 소비자의 요구를 간파한 많은 기업들이 자선활동이나 공익마케팅으로 사회적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하지만 연말에만 일회성으로 하는 보여주기 위한 행사나, 기업의 홍보수단으로만 사용되는 활동을 하는 기업에 똑똑한 소비자들은 마음을 주지 않는다. 기업의 이윤을 사회에 적극 환원하고 일상생활 속에서 나눔을 실천하는 기업만이 소비자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전자제품, 자동차,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 기업들이 사랑을 받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사랑만큼 한국 기업들의 기부 활동도 함께 늘어나고 있는지는 의문이 든다. 생각보다 많은 소비자들이 스타벅스가 창립초기부터 사회적 책임에 대한 강한 의지를 지역사회 참여, 커피농가 지원, 환경보호 등으로 실천해오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으며, 그렇기에 싸지 않은 스타벅스 커피 값도 기분 좋게 지불하는 것임을 한국 기업들이 깨달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한국 기업들이 좋은 품질과 서비스를 넘어 세계인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기업으로 남길 바란다.
실비아 김
팬컴 전략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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