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7월 평창의 여름은 싸늘했다. 과테말라에서 열린 IOC총회에서 2014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러시아의 소치가 호명되는 순간 IOC 위원장 입에서 평창이라는 소리가 흘러나오길 간절히 기대하며 숨죽인 채 발표를 지켜보던 평창 주민들은 절망했다.
정확히 4년이 흐른 6일 아침 마침내 인구 4만5,000명인 강원도의 작은 마을 평창이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확정됐다. 좌절과 절망의 고개를 수도 없이 넘어서며 올림픽 유치에 혼신의 노력을 쏟아 온 지난 10년의 세월을 보상 받는 순간이었다. 올림픽 유치는 국가적인 쾌거이지만 무엇보다도 올림픽을 간절히 염원하며 감정적인 자산을 소진해 온 평창 주민들을 위해 정말 다행스런 낭보다.
올림픽은 지구촌 최대 스포츠 이벤트이다. 스포츠 이벤트이지만 여기에만 의미가 국한된 행사가 아니다. 특히 올림픽이 개최되는 국가로서는 국제사회에서의 위상을 한층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뿐 아니라 자국민들의 단합과 애국심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더할 수 없는 기회가 된다. 경제적 효과 못지않게 정치적 효과가 크다.
그래서 올림픽은 도시의 이름이 붙는 이벤트임에도 거국적인 유치노력이 펼쳐지는 것이다. 올림픽 개최지를 결정하는 IOC총회는 국가수반들의 치열한 로비현장이 되곤 한다. 2016년 하계올림픽 개최지를 결정한 코펜하겐 IOC 총회의 경우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바쁜 일정 가운데서도 직접 총회지로 날아가 시카고 개최를 위한 로비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가 개최지로 결정됨으로써 오바마는 스타일을 구겨야 했다.
이번 총회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이 적극적인 로비활동을 벌였다. 대통령으로서는 위험부담이 있는 행보였다. 그러나 압도적인 지지로 평창 유치에 성공함으로써 일시적으로나마 정치적인 궁지에서 벗어날 수 있는 분위기 반전의 계기를 만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올림픽 유치의 가장 큰, 그리고 직접적인 수혜자는 역시 평창 주민들과 150만의 강원도민들이 아닐 수 없다. 올림픽 유치는 벌써부터 오랜 세월 변방의식에 시달려 온 많은 도민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는 정신적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또 천문학적인 예산이 투입됨으로써 낙후된 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을 것이라는 기대도 크다.
하지만 흥분의 밤이 지나고 나면 차가운 현실이 기다리고 있다. 막대한 예산을 조달하기 위한 재원 마련과 마케팅, 공사, 그리고 올림픽 후 시설활용 방안 등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난제들이 산적해 있다.
무엇보다도 이전 올림픽 개최지들이 겪었던 적자올림픽의 악몽을 되풀이 하지 않는 것이 절대적인 과제다. 특히 일본 최대의 겨울휴양지로 최적의 동계올림픽 개최지라는 평가를 받았음에도 올림픽이 끝난 후 극심한 불경기에 빠져든 나가노를 타산지석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아무리 눈앞에 할일이 산적해 있더라도 지금은 모두가 한마음으로 기뻐하고 자축해야 할 때이다. 마르지 않았던 평창의 눈물을 깨끗이 씻어 준 쾌거가 아니던가. 그래서 평창의 웃음은 더욱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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